경제·금융 경제동향

中에 발목잡힌 태양광…패널용 유리도 전량 수입의존

저철분 무늬유리 국내 생산 전무…中 93% 점유

셀·모듈 이어 '제2 요소수' 우려

관련 시장 2026년 370억弗 성장

태양광 보급 확대에 수입도 급증

중국 업체 배만 불려주고 있기도

"국내 산업 보호·육성 대책 필요"





태양광발전의 핵심 소재인 셀과 모듈의 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태양광 패널에 사용되는 유리 역시 전량 중국 등에서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수입 의존도만 높아져 자칫 에너지산업 전체가 중국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내 유리 생산자 단체인 한국판유리창호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에 쓰이는 저철분 무늬유리의 국내 생산량은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협회 관계자는 “주로 중국에서 수입해 2차 가공한 뒤 현대에너지솔루션과 LS산전 등 국내 태양전지 모듈 회사에 납품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양광 모듈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저철분 무늬유리는 철분 함량 200ppm 이하로 일반 판유리(800~1000ppm)에 비해 철분 함량이 매우 낮은 것이 특징이다. 유리에 함유된 불순물인 철분은 가시광선 투과율과 열선 투과율을 낮춰 발전효율을 떨어뜨리는 만큼 철분 함량이 낮은 유리를 만드는 일은 태양광 발전설비의 핵심 열쇠로 꼽힌다. 이 때문에 태양광 패널 원가에서 유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7% 수준으로 셀과 알루미늄 프레임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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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 열풍에 맞춰 태양광발전 유리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태양광발전 유리 시장은 지난 2018년 45억 달러에서 연평균 30.3% 성장하며 오는 2026년 37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전 세계 태양광 발전용 유리의 93%를 차지하며 성장의 과실을 독식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기준 ‘신의광능(27%)’과 ‘플랫글래스(19%)’ 등 중국 업체가 시장 1·2위를 독차지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태양광발전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중국산 유리의 유입도 급증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에 사용하는 두께 8㎜ 이하 기타 안전유리의 국내 수입액은 2018년 2억 1698만 달러에서 지난해 3억 5200만 달러로 3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업계에서는 태양광 발전에 사용하는 유리의 두께가 3.2㎜ 이하임을 고려했을때 수입액의 대부분이 태양광발전 설비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값싼 중국산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국내 태양광 산업은 생태계 붕괴를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비율(RPS)에 따라 국내에 보급된 태양광발전 단지 중 국내산 모듈 점유율은 2019년 78.4%에서 지난해 6월 63.2%로 쪼그라든 반면 중국산 모듈 점유율은 21.6%에서 36.7%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셀 시장의 중국산 점유율은 38.3%에서 61.0%로 높아졌다.

중국산이 시장을 잠식하는 사이 국내 태양광 업체는 2017년 118개에서 2019년 97개로 줄었다. OCI와 한화솔루션은 2020년 태양광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 국내 생산을 접었으며 잉곳을 만들던 웅진에너지는 2020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산 태양전지는 한국산과 비교할 때 효율은 비슷한데 가격은 15~20% 싸기 때문에 국내 업체가 경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태양광발전 보급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국내 업체의 경쟁력 강화도 함께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만 채우는 데 급급하지 말고 원전처럼 압도적 기술력을 토대로 해외 수출까지 이어지는 미래 먹거리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태양광모듈의 핵심 부품뿐 아니라 기본 부품까지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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