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가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 신임 총재는 유럽중앙은행(ECB)에 양적 완화를 끝내고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을 요구했고 멕시코·러시아 등도 금리를 올릴 태세다.
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요하임 나겔 분데스방크 총재는 “경제가 회복되고 있고 고용 시장도 고무적”이라며 "그런 만큼 통화정책이 덜 확장적으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긴축에 미온적인 ECB의 행보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겔 총재는 “올해 독일의 인플레이션이 평균 4%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면 다음 달 10일 열리는 ECB 회의에서 강력한 통화정책 전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안에 채권 매입을 끝내는 것이 첫 단계"라며 "그러면 금리도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율이 오랫동안 너무 낮았기 때문에 우리가 수 년간 시장에 과도한 수준의 유동성을 공급해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 행동하기를 망설인다면 추후 ECB에 더 과감한 조치를 취하게 해 금융 시장과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일부 유럽 국가와 신흥국 등은 금리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은 지난해 12월과 올 2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0.5%포인트 올렸다. 체코는 지난 3일, 아이슬란드는 이날 각각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멕시코와 러시아도 이달 각각 0.5%포인트와 1%포인트의 금리 인상이 전망된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모두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은 30년 만에, 멕시코는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율을 기록했다. 지난달 러시아도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8.82%의 물가 상승률을 나타냈다. FT는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이례적일 만큼 신속하게 금리를 올리고 있다”며 "미국의 공격적 긴축이 예고된 상황에서 급격한 물가 상승은 신흥국들을 더 빠르게 행동하게 만든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