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공포로 채권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뛰어넘어 40년 만에 최고치인 7.5%에 달하며 기준금리 인상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 역시 2%를 돌파해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선물 매도 공세가 가팔라졌다. 국채금리 상승은 회사채 이자도 끌어올려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11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7.9bp(1bp=0.01%포인트) 오른 연 2.343%에 장을 마쳤다. 지난 2014년 9월 23일(2.350%) 이후 7년 5개월 만의 최고치다. 10년물 금리도 2.747%로 6.1bp 상승했다.
이날 국내 채권금리 오름세는 미국의 CPI 발표 이후 미 기준물인 10년물 국채금리가 전날보다 5bp 오른 2.03%에 마감하며 2019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채권금리 상승은 채권 값 하락을 의미해 외국인들은 최근 국내 채권선물을 대규모로 팔아치우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은 3년 만기 국채선물 3조 360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고 금리 인상 우려가 확인되자 외국인투자가들은 올해 초 이후 3년 만기 국채선물을 4조 7330억 원어치 순매도하며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 역시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전날보다 0.87% 하락한 2,747.71로 마감해 나흘 만에 하락 반전했다.
채권시장이 요동치며 회사채금리가 치솟아 기업의 자금 조달에도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삼성과 롯데·신세계 등 우량 등급 대기업 계열사들은 연 1.4%대에서 3% 안팎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긴박한 처지가 됐다. 비우량 기업의 경우 부담 이자가 연 9%에 육박해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 심지어 기업들의 자금 수급도 곳곳에서 제동이 걸렸다. 당장 미래에셋운용은 5년물 500억 원 모집에서 전량 미매각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이날 국채금리 안정을 위해 한은의 국고채 추가 단순 매입을 추진하고 물가 대응에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공포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채권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상반기 내내 지속될 수 있어 한국 경제 및 증시에 걸림돌이 될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현호·박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