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부가 안 지킨 '장애인 이동권' 목표…부담은 출퇴근 시민이 진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지난달 3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기획재정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촉구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지난달 3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기획재정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촉구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출퇴근 시간대 서울 지하철에서 이뤄지는 장애인 단체의 이동권 보장 촉구 시위가 장기화하며 시민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수년째 답보 중인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을 알리고 정부에 확실한 예산 반영을 요구하려는 목표지만, 정부가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며 그 부담이 출퇴근길 시민들에게 전가되는 양상이다. 현장을 관리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저상버스 도입률 매번 목표치 미달…전장연 지하철 시위 장기화

13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은 지난 11일 오전과 오후 4호선 충무로역 등에서 승하차 시위를 진행했다. 지난 7~9일에도 시위가 펼쳐진 것을 감안하면 일주일 중 4일이나 시위를 이어간 것이다. 전장연의 시위는 지난해 1월부터 1년간 지속돼 오고 있다.

전장연이 '출퇴근 지하철 시위'라는 다소 극단적인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하는 배경에는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이 있다. 정부는 장애인들이 지하철 리프트 등을 타다가 사망하는 일이 잇따르면서 2007년부터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5개년 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실제 이행은 더디기만 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7년 발표한 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에서 2021년까지 전국 시내버스의 저상버스 비율을 41.1%로 맞추겠다고 했지만, 2020년 7월 기준 실제 도입률은 28.4%에 그쳤다. 지역별 저상버스 도입률도 서울 56.4%, 부산 27.8%, 울산 13%, 광주 22%, 전남 14.5%, 충남 10%로 크게 달랐다. 3차 계획 이전에 나온 1·2차 계획에서도 저상버스 도입 목표는 지켜진 적이 없었다. 저상버스는 지하철이 없는 지역일수록 더욱 중요한 장애인 교통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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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지난달 3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촉구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마친뒤 열차에 탑승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지난달 3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촉구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마친뒤 열차에 탑승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자체마다 이동권 예산 천차만별…장애인 단체, '국비 확대' 요구

장애인 교통수단이 제대로 확충되지 않고 있는 것은 각 지자체가 편성하는 장애인 이동권 예산 규모가 재정자립도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계열의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가 지난해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의 2021년 장애인 이동권 관련 예산은 1298억원으로 전국 지자체의 장애인 이동권 예산 가운데 무려 37.8%를 차지했다. 반면 2020년 7월 기준 전국에서 저상버스 비중이 가장 낮았던 충남은 장애인 이동권 예산이 33억원(전국 지자체의 장애인 이동권 예산 중 1%)이었다.

전장연 등 장애인 단체들이 이번 시위에서 기획재정부에 보다 확실한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교통약자법의 시행령을 기재부가 개정해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보조 비율을 국비 70%, 지방비 30%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 예산이 각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만큼, 중앙정부의 지원이 더 강화돼야 목표에 맞는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시위 이해하지만 출근길 직장인 울고픈 심정"…서울교통公 우려도 ↑

하지만 기재부가 관련 부처와 협의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출퇴근 시위가 장기화되며 시민들의 피로감과 불만도 쌓이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전장연의 출퇴근 시위로 여러 차례 회사에 지각했다는 직장인 박 모씨는 "출근길에 시위를 해야 화제가 되기 때문에 그 시간대에 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해서 택시같은 대체교통수단을 타기도 어려운 나 같은 사람은 아침마다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철보안관과 경찰관이 안전 관리를 하고 있지만 최근 승객들의 항의가 심해지면서 자칫 시위를 하는 분들과 시민의 충돌이 발생할까봐 많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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