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결국 게임은 '재미'… 'P2E' 안 올라타고도 세계 휩쓴 스마일게이트

'스팀' 출시한 로스트아크

일 최고 동접자 132만으로 1위

"P2E 진출 대신 게임 본질 집중…

P2E株 하락 국면 속 시사점 줘"





스마일게이트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로스트아크가 글로벌 시장에서 역대급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돈버는게임(P2E) 열풍에 올라타기 보다는 지식재산권(IP)과 개발력 투자를 통해 게임 본연의 재미를 살리는 데 주력한 것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시 전부터 심상치 않더니…동접자 130만 돌파 ‘대박’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가 12일 오후 9시(현지 시간) 기준 132만 명이 넘는 동접자 수를 기록했다. 스팀DB 캡처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가 12일 오후 9시(현지 시간) 기준 132만 명이 넘는 동접자 수를 기록했다. 스팀DB 캡처


1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는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 정식 출시한 지난 12일(현지 시간) 132만 명이 넘는 일간 최대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했다. 2위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96만 명)’를 가볍게 따돌렸을 뿐만 아니라, 크래프톤(259960)의 ‘펍지:배틀그라운드(325만 7248명)’에 이어 역대 최대 동시 접속자 기록 2위를 달성했다. 앞서 사전 패키지(파운더스 팩)를 150만 장이나 팔아치우며 ‘대박’ 조짐을 보이더니 정식 출시일에도 파죽지세를 이어나갔다.



글로벌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로스트아크는 스마일게이트의 뚝심 투자가 제대로 빛을 발한 대작이다. 지난 2018년 출시 당시 1000억원이 넘는 제작비로 주목받았고, 제작비에 버금가는 높은 완성도로 출시 일주일 만에 동접자 35만 명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후에도 이용자 의견을 경청하는 훌륭한 운영으로 인기몰이를 지속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전체 매출의 17%를 차지하는 유료 아이템 수익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자 유저들이 ‘돈쭐’로 보답하기도 했다. 스마일게이트 사회공헌재단에 자발적으로 기부 행렬을 이어가 일주일 만에 3억 원을 모금한 것. 월 평균 이용자도 동시에 2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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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가 P2E에 유독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같은 ‘장인 정신’에 입각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섣불리 신사업에 뛰어들기 보다는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는 분석이다. 실제 스마일게이트는 넥슨과 함께 국내 주요 게임사 중 P2E 진출을 선언하지 않은 유이(唯二)한 회사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현재는 P2E에 눈을 돌리기보다는 게임사의 본질인 좋은 게임을 선보이고 IP 경쟁력 확보를 위해 로스트아크와 크로스파이어X의 글로벌 서비스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가 지난 2014년부터 최대주주로 있던 선데이토즈(123420)위메이드(112040)에 매각한 것 또한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의 결단으로 보인다. 선데이토즈는 최근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신사업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일게이트보다는 최근 블록체인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위메이드와의 시너지가 더 크다고 판단해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2E 열풍, 벌써부터 썰물?…"결국 관건은 IP 경쟁력"




반면 지난해 말부터 게임업계를 들썩였던 P2E 열풍은 벌써부터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분야 대표주자 위메이드는 지난 9일 사상 최대 실적을 선보였지만 9일 14만9600원이었던 주가는 이틀 만에 9만5800원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무려 344% 증가한 5610억 원을 기록했으나 이 중 암호화폐 위믹스 유동화 매출만 2255억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반면 P2E 게임 ‘미르4 글로벌’ 매출액(일 6억 6천만 원)이 예상보다 부진하고, 위믹스 플랫폼 매출도 35억 원에 불과했다. 시장이 위메이드의 ‘본업’ 경쟁력을 의심하기 시작하자 주가 또한 폭락을 면치 못했다.

게임사들이 실적 및 주가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NFT·P2E 키워드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3분기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낸 엔씨소프트(036570)는 주가도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실적발표에서 NFT 게임 진출을 선언하자 이내 상한가를 터치했다. 그간 NFT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온 크래프톤도 최근 뒤늦게 관련 시장 진출을 선언했으나, 일각에선 최근 공모가 대비 반토막 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다급히 노선을 전환한 게 아니냐는 회의론을 제기한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출시됐거나 출시 예정인 P2E 게임들은 대부분이 기존작에 블록체인 기능만 추가된 것”이라며 “로스트아크의 사례는 진정한 글로벌 성공을 위해선 '기존작 울궈먹기' 식의 접근보다는 경쟁력 있는 IP를 내놓는 게 우선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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