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또 평행선 달린 바이든·푸틴…美 "러 침공땐 진짜 東進 보여줄 것"

[돌파구 못찾은 62분 전화담판 …전운 감도는 우크라]

'나토 동진 금지' 등 논의했지만

백악관도 크렘린도 "입장 불변"

러, 16일 우크라 침공설 일축 속

美는 발트 3국에 추가 파병 검토

양국 대사관 인원 철수명령 내려

수도 키예프 긴장감은 최고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또다시 전화 담판을 벌였으나 뾰족한 돌파구는 찾지 못했다.

미러 정상 간 통화는 현지 언론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날짜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긴장된 상황 속에서 이뤄졌다. 양 측의 입장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미국은 러시아 침공 시 발트 3국 등 동유럽에 대규모 순환 배치 병력을 파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러 정상은 12일(현지 시간) 푸틴 대통령의 요청으로 62분간 통화했다. 러시아는 당초 14일 통화를 희망했으나 미국이 이날로 앞당길 것을 제안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앞서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유럽 정상들과의 화상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점을 16일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미러 정상 1시간 이상 통화…"근본적 변화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다면 미국은 동맹·파트너와 함께 단호히 대응하고 러시아가 가혹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전 세계적으로 러시아가 고립되고 위상이 떨어질 것임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은 동맹과의 충분한 조율을 통해 러시아와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우리는 다른 시나리오에도 똑같이 준비돼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고위 당국자는 이날 통화와 관련,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구체적인 내용들이 논의됐으나 최근 몇 주간 진행된 상황에 대해 근본적 변화를 만들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크렘린궁 역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東進) 금지 등 러시아 안전 보장 요구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으로터 “실질적인 대답은 듣지 못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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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 담당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안보 보장에 대한 생각을 전했지만 불행히도 러시아의 주요 우려 사항은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조만간 우리의 반응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침공설에 크렘린궁 “美 히스테리 극에 달해”

러시아는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언론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한 것처럼 언급하는 것에 대해 ‘황당한 거짓말’이라고 일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근 미국과 러시아 간 정보전이 치열해지면서 러시아군의 각종 작전과 동향은 시시각각 미 당국자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이날 정상 통화 후 “침공설을 둘러싼 (서방의) 긴장 증폭이 조직적으로 진행되면서 히스테리가 극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실제 사실은 미국이 침공 날짜까지 적시하면서 동맹국들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을 증강하고 군 현대화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며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군사 교관 수를 늘리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폴리티코의 보도를 언급하며 “우리는 왜 (서방) 언론이 러시아의 의도에 대해 분명한 거짓 정보를 전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이처럼 침공을 한사코 부정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미 미국 대사관이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일부 직원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으며 심지어 러시아도 대사관 인력을 ‘최적화’한다는 명분으로 일부 직원의 철수를 지시했다. 이밖에 독일·네덜란드·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잇따라 자국민들에게 우크라이나를 떠날 것을 촉구하고 있다.

美 러 침공 시, “진짜 나토 동진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할 경우 동유럽 나토 회원국에 자국 순환 배치 병력을 추가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명분이 된 나토의 동진을 오히려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최정예 공수부대인 82 공수사단 병력 3000명을 폴란드에 추가로 파견하기로 했으며 독일에 주둔 중이던 미군 1000명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루마니아로 전환 배치했다. WP는 미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미국이 나토 신규 회원국인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발트 3국) 등에 순환 배치 병력을 대거 확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더 이상 러시아의 구애를 받지 않고 나토군과 미군을 전진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런 식으로 대응할 경우 러시아 안보 보장 요구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결국 우크라이나 침공은 어려울 것이라는 러시아 전문가의 분석도 이날 제기됐다. 이반 티모페예프 러시아 국제문제평의회 연구원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흑해 실질 지배를 가능하게 한 크림반도와 다르게 우크라이나를 지배하는 것은 러시아로서는 문제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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