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임차료만 年 3000억인데…스타벅스 '월세 살이' 이유는?

전국 1600여개 점포 100% 임차

22년간 글로벌 본사 방침 지켜

사실상 현금 장사로 유동성 풍부

영업익 웃도는 임차료 감당 가능

지분 인수 이마트, 전략수정 관심





약 3000억 원.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한 해 지출하는 임차료 금액이다. 서울 주요 상권의 빌딩을 매입할 수 있는 큰돈으로 전국 매장을 100% 임차해 쓰는 스타벅스만의 독특한 ‘세살이’ 정책에 따라 지출은 해마다 늘고 있다. 스타벅스는 유동 인구를 늘려 주변 상권을 활성화하고 건물 가치를 올리는 알짜 사업장으로 부동산 시장에 ‘스세권’이라는 용어까지 탄생시켰다. 이에 직접 매장을 소유한다면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상당한 이득까지 노릴 수 있지만 글로벌 본사 원칙에 따라 세살이를 고집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연간 영업이익을 웃도는 임차료를 감당할 수 있는 배경에는 풍부한 현금 유동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스타벅스는 사실상 외상이 없는 현금 장사로 지난해 매출 2조 원을 돌파하면서 지난 1999년 한국 진출 이후 22년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에도 끄떡없이 이윤을 창출하고 있어 막대한 임차료에도 부담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타벅스가 지출한 임차료는 약 3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스타벅스는 전국 1600여 개 매장을 100% 임차해 운영하고 있다. 2019년 1378개 매장 임차료로 2583억 원을 썼고 2020년에는 1508개 매장을 운영하면서 2667억 원을 지출했다. 지난해에는 매장이 1639개로 늘어 임차료 규모가 더욱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스타벅스 매장 절반가량이 변동 임차료 방식을 택하고 있어 지난해 매출 급증으로 임차료가 크게 뛰었을 것으로 보인다. 변동 임차료 방식은 매달 일정 금액의 임차료를 지급하는 고정 임차료와 달리 매장 매출에 비례해서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스타벅스 매출은 2조 385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나 증가한 만큼 건물주에게 지불한 임차료도 크게 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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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가 한 해 지출하는 임차료를 고려하면 임대보다 소유 방식이 고정비 지출을 줄이고 향후 건물의 시세 차익을 얻는 등 더 이득일 것으로 보이지만 스타벅스는 글로벌 본사 정책에 따라 임차 방식을 지속하고 있다. 전 세계 3만여 개 스타벅스 매장은 부동산 리스크에서 자유롭기 위한 글로벌 본사의 정책에 따라 임차 원칙을 따르고 있다. 경기 침체 시 현금이 부동산에 묶이면 유동화에 오히려 빨간불이 켜지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의 자발적 세살이는 풍부한 자금 유동성 덕분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10%로 전년도 영업이익률 8.5%보다 1.5%포인트 증가했다. 한창 성장기에 기록한 영업이익률 6%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장사가 잘되니 굳이 건물을 소유해 부동산 리스크를 키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실제 최근 대형 마트와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은 건물을 팔고 다시 임차로 들어가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을 택하는 추세다.

스타벅스가 이른바 ‘슈퍼 을’이라는 점도 임차 방식을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요인이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스타벅스가 입점하면 건물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데다 장사가 잘될수록 임대료가 올라가기 때문에 스타벅스를 굳이 내보낼 이유가 없다. 매장에서 쫓겨날 위험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역으로 소유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와 같은 특수 상황이 발생해 장사를 못 할 경우에는 임대료 부담도 줄어든다. 매출 연동형이라 임대료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이마트(139480)가 미국 스타벅스 지분을 추가 인수하면서 온전히 소유하게 돼 이 같은 전략이 수정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이마트와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각각 지분 50%를 갖고 있었는데 지난해 7월 이마트가 글로벌 본사의 지분 17.5%를 인수해 연결 자회사로 품었다. 남은 본사 지분 32.5%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인수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마트가 스타벅스를 인수하면서 회사명도 바꾸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이제 미국 본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임차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부동산 전문가로 통하는 정 부회장은 최근 신세계(004170)프라퍼티를 통해 부동산 투자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특히 스타벅스가 1999년 진출 이후 22년간 꾸준한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알짜 사업장인 만큼 부동산 소유 리스크가 덜해 출점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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