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3일 “더 좋은 정권 교체를 위해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다”며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제의하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정권 교체의 대의 차원에서 제안한 것은 긍정 평가한다”면서도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 “고민해보겠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경우 단일화 방식뿐 아니라 권력 분점을 놓고도 샅바 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권력 분점은 야합이 아닌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헌법 규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헌법 제87조에는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 등의 규정이 있다. 헌법 제86조가 ‘총리의 행정각부 통할권’을 규정한 데 이어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 건의권을 명시한 것이다.
하지만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책임 총리’ 규정을 실천한 대통령은 없었다. 헌법상 총리 권한이 실제로 보장됐다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와 역대 대통령의 불행이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은 인사와 정책 집행, 예산 편성 등 행정부의 모든 권한을 독점했을 뿐 아니라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임명권까지 가져 무한 권력을 행사해왔다.
국론 분열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협치와 국민 통합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정적 국정 운영은 불가능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과 ‘궁궐식 청와대’ 해체 등을 공약했지만 현행 5년 단임제 헌법만 제대로 실천해도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를 위해 차기 대통령과 측근들은 권력 독점의 욕망에서 벗어나 책임총리제를 정착시켜야 한다. 야권 연대 추진 과정에서도 지분 나누기보다 헌법 규정에 따른 대통령·총리의 권력 분담 및 견제 구도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게 바람직하다.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법치주의와 권력 분점까지 포함하는 헌법 가치를 행동으로 옮기는 지도자가 나와야 정치 개혁과 민주주의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