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치솟는 연료비에 脫석탄·중대재해법까지…‘삼중고’에 속 앓는 발전업계

생산 차질에 우크라 악재까지 겹쳐

올 들어 유연탄·LNG 가격 급등세

전기료는 제자리에 수익성 악화

탄소중립 가속화로 사업재편 부담

중대법 시행으로 사고예방 비상도

“전기요금 현실화로 수익구조 개선해야” 지적

지난달 17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KCN마룬다 항구에서 석탄이 트럭에 적재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국내 20개 발전소의 전력 생산 차질 위기가 발생하자 석탄 수출 전면 금지라는 초강수를 뒀다가 12일 만에 해제했다. 자카르타 AFP=연합뉴스지난달 17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KCN마룬다 항구에서 석탄이 트럭에 적재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국내 20개 발전소의 전력 생산 차질 위기가 발생하자 석탄 수출 전면 금지라는 초강수를 뒀다가 12일 만에 해제했다. 자카르타 AFP=연합뉴스




전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이 장기화하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 공기업들이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전기요금이 제자리걸음하는 동안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단가는 연일 가파르게 치솟으며 발전사들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하는 데다 정부의 ‘탈석탄’ 정책에 맞춰 사업 구조 재편까지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달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이 발전소에서 촉발된 만큼 관련 기업 모두 사고 예방에 비상이 걸렸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전력용 연료탄(호주 뉴캐슬산) 가격은 톤당 244.67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31일(165.86달러)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50% 가까이 치솟은 수치다. 호주와 중국·인도네시아 등 주요 생산국의 공급 차질에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석탄 가격은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해 10월 15일(253.55달러)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또 가스공사가 발전사들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요금도 지난달 GJ당 22865원 37전에서 이달 29261원 67전으로 한 달 새 27% 넘게 올랐다.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발전사들이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연료비 단가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2월 유연탄 연료비 단가는 ㎾h당 87원 6전으로 1년 전인 지난해 2월(45원 39전) 대비 92% 급등했다. LNG 연료비 단가의 경우 같은 기간 76원에서 203원 32전으로 무려 세 배 가까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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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 단가 급등은 발전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연료비는 치솟는데 전기요금은 제자리니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하는 구조”라며 “수입처 다변화 노력과 내부 지출 구조 혁신을 꾀하고 있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남동발전(-2158억 원)과 남부발전(-2100억 원) 등 발전 5개사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7000억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2020년에 이어 2년 연속 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도 발전사들에는 또 다른 부담이다. 중대재해법이 2018년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근로자 김용균 씨의 사망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진 만큼 발전 공기업들로서는 다른 민간기업보다 책임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 혹시라도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해 처벌 대상이 될 경우 사회적 비판의 강도가 배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발전사들은 신경이 더 많이 쓰일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며 “다들 최고경영자(CEO)까지 직접 나서서 현장 점검을 할 정도로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정부의 탄소 중립 가속화로 기존 석탄발전 중심의 사업 구조를 재편해야 하는 것도 발전업계의 숙제다. 발전사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는 투자비가 더 소요되는 데다 주민 수용성도 낮아 어려움이 많다”며 “탈석탄 정책으로 그나마 수익성이 좋은 석탄발전이 줄면 적자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발전사들은 신재생과 LNG 발전에서 발생한 적자를 석탄발전에서 거둔 순이익으로 메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에너지 공급난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기요금 현실화와 수급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 가격이 동시에 폭등하는 ‘더블 그린인플레이션’으로 향후 10년간 전력원가 상승 요인이 지뢰밭처럼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며 “전기요금 동결은 전력공기업의 부채를 늘려 언젠가는 세금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시점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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