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연합뉴스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미 승리자가 됐다는 영국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이번 위협으로 세계를 뒤흔드는 데 성공하면서 실제 침공 여부와는 관계없이 서방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일찌감치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것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14일(현지 시간) “서방 지도자들이 각기 외교전에 뛰어들면서 푸틴 대통령의 의중을 듣고자 줄을 서는 모양새가 됐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실제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7일 직접 모스크바를 찾아 푸틴 대통령을 만났고 12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한 시간 넘게 통화했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이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15일 크렘린궁 방문 일정을 잡았다.
국제사회 복귀를 선언한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과 숄츠 총리 역시 자국의 위상 강화와 이익 확대를 위해 뛰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않는 모양새다.
경제 면에서도 푸틴 대통령이 싸움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라는 위상을 이용해 유럽을 향해 실질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 자원 부국인 러시아의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면서 천연가스뿐 아니라 석유·구리 등 원자재 가격도 치솟고 있다. 고물가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결정으로 움츠러든 각국 주요 증시도 푸틴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텔레그래프는 이런 상황을 근거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반대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점차 근접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만약 러시아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에도 푸틴 대통령에게는 체면을 구기지 않고 이번 사태에서 발을 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현재까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미국의 대응에 대해서는 “히스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벨라루스에 병력을 추가한 것도 우크라이나 침공이 아닌 ‘연합훈련’이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 변화에 따라 여차하면 “훈련이 끝났다”며 병력을 철수하고 발을 뺄 수 있다는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이 사태가 지금 마무리된다고 해도 푸틴 대통령은 냉전 종식 후 가장 큰 전략적 승리를 손에 쥐고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