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추경 재원조달 '딜레마' 빠진 정부…세출 구조조정하면 하반기 경기 둔화 우려

국채 발행, 금리·물가 불안에 반대

예산 돌려막기가 유일 대안이지만

SOC 등 투자 줄여 현금성 지원땐

국내총생산 감소 등 경기 전반 부담

홍남기, 17일 여야 간사와 담판 예정

홍남기(앞줄 왼쪽 두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올해 본예산안 통과를 앞두고 국회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홍남기(앞줄 왼쪽 두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올해 본예산안 통과를 앞두고 국회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적자 국채를 더 발행해 빚을 늘리자니 대외 경제 여건이 불안정하고 세출 구조 조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자니 하반기 이후 경기 둔화가 우려돼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17일 국회 예결위에서 여야 간사들과 만나 추경안을 담판 지을 예정이다.

15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와 여야는 추경 편성을 둘러싸고 막판 물밑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14조 원 안(자영업자 지원금 300만 원)에 법인택시 기사,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에 대한 지원금 2조 원을 더해 ‘16조 원+α’ 규모에서 추경을 일단 처리하자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자영업자 지원금을 1000만 원으로 늘려 총액을 50조 원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증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홍 부총리도 최근 국회에서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국가 채무 증가 속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거듭 밝혔다. 홍 부총리가 취임 이후 일곱 차례 추경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국가 신용등급을 내세워 반대 논리를 펼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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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여당도 섣불리 추경 규모를 늘렸다가 국채금리가 급등하거나 물가가 뛰는 부작용이 발생하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 무작정 증액을 요구하지는 않고 있다”며 “국회 단독 처리도 쉽지 않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금리 인상에 우크라이나 정세 불안과 공급망 병목현상까지 겹친 상태에서 슈퍼 추경이 경제 위기의 단초가 될 경우 정치적 파장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적자 국채 추가 발행이 어려울 경우 남아 있는 선택지는 세출 예산 구조 조정이다. 가계에 비유하면 승용차 구매 계획을 취소하고 이 돈을 학자금에 쓰는 식이다. 예산안 편성과 달리 세출 삭감은 국회 고유 권한이어서 정부의 반대도 쉽게 이겨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의 구조 조정이 자칫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예산 10조 원을 절약해 이 돈을 소상공인 지원에 쓴다고 가정할 경우 정부가 쓰는 예산 총액에는 변동이 없지만 국내총생산(GDP) 반응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거시계량모형(BOK20) 구축 결과’에 따르면 현금 지급 등 정부 이전지출에 따른 재정승수는 3개년 평균 0.33으로 정부소비승수(0.91)나 정부투자승수(0.86)보다 낮다. 정부가 SOC 투자에 10조 원을 썼다면 GDP가 8조 6000억 원 늘어났을텐데 현금 지원에 10조 원을 쓰는 바람에 GDP가 3조 3000억 원 증가에 그치게 된다는 뜻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재정과 통화정책이 모두 타이트한 상태에서 경제를 운영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며 “아직 집행이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은 본예산을 국회에서 삭감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뿐더러 설령 삭감이 이뤄져도 일종의 ‘돌려막기’식 예산 편성으로 경기 전반에 부담을 안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재부 안팎에서는 여당이 대선 집권 뒤 대규모 긴급 재정 집행을 약속하고 대신 이번 추경은 포기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종=서일범 기자·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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