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기업 혁신 가로막는 정부 규제 정비해야

홍일유 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교수

기업들 모험·도전 나서게 하려면

기존 산업과 신산업간 갈등 풀고

이익 균형 유지할 규제정책 필요

정부가 적극적 중재자 역할 해야

홍일유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홍일유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이 무한 경쟁 속에서 성공하기 위한 핵심 요건은 혁신이다. 그리고 혁신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곧 기업가 정신이다. 기업가 정신으로 불확실성에 맞서 신규 사업이 출범되고 기업가 정신을 통해 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 기업가 정신이 살아 있어야 과감한 도전과 모험으로 급변하는 환경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기업에 대한 규제 법안이 이전 정부에 비해 거의 세 배 이상 급증함에 따라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고 있다.



최근 규제 정책과 입법이 신산업 기업들의 발목을 잡으면서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가 감소한 반면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규제에 가로막힌 혁신의 예를 몇 가지만 들어보자. 우선 차량 공유 사업으로 한때 관심을 모았던 렌터카 기반 호출 서비스 ‘타다’는 물론 우버 및 카카오 카풀 등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도 규제로 사업이 중단됐다. 또 원격의료 사업을 계획했던 네이버는 국내의 규제 장벽 때문에 일본에서 자회사를 통해 사업을 시작했다. 더욱이 블록체인·가상자산 사업을 준비하던 기업들은 관련 산업이 급속한 성장 조짐을 보임에도 과도한 규제 정책으로 사업 진출을 주저하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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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규제는 시장 내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며 궁극적으로 혁신 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하는 반면 과도한 규제는 기업 혁신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 규제로 시장 진입이 늦춰지고 창의성이 제한되며 추가적인 활동으로 인한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벤처 신화가 탄생한 미국에서 지난 반세기 하이테크 산업이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한 데는 최소의 규제 환경이 기업 성장의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적어도 초기 단계의 신사업에 대해서는 규제보다 지원이 선행돼야 사업이 빠르게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혁신적인 신사업이 차츰 성장하면서 기존의 규제 대상 산업을 붕괴시키기도 한다. 이 경우 신사업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직면하는 주된 이슈 중 하나는 기득권의 반발이다. 최근 공유경제의 대표 주자로 부상한 우버와 에어비앤비도 거래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각각 택시업계와 호텔업계의 저항에 부딪혔다. 기득권에서는 기존 산업과 마찬가지로 신산업에도 관련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또 우버의 경우 승차요금은 저렴하지만 운전기사들의 소득이 낮은 데 따른 불만이 제기되고 에어비앤비는 숙소에서 게스트가 소음을 일으켜 이웃들의 신고가 접수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기득권의 편에 서서 새로운 규제를 만들기보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또 구·신 산업 간 충돌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나라가 혁신을 선도하고 경제 대국으로서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제를 과감하게 거둬내고 기업가들이 혁신적 비즈니스모델을 기반으로 자유로이 모험과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산업과 신산업 간 갈등을 해소하고 양측의 이익이 균형을 유지하도록 규제 개발이 이뤄져야 하는데 바로 이 중재자 역할을 정부가 담당해야 할 것이다. 향후 신산업 분야의 기업에 적용될 규제는 개인과 사회의 보호, 책임 있는 혁신, 기업 간 공정한 경쟁 등 핵심 가치를 증진시킬 수 있는 규제 정도로 제한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국가에 경제적 혹은 사회적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혁신 기술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뒷받침하도록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글로벌 선도 기술로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을 지정하고 기업들에 자금과 기타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한 영국 정부의 사례가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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