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민의 경알못’은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0년 넘게 경제 기사를 썼지만, 여전히 ‘경제를 잘 알지 못해’ 매일매일 공부 중인 기자가 쓰는 경제 관련 콘테츠 입니다.
연료비 급등 속에 지난달 원전 이용률이 4년전 대비 43%포인트 이상 껑충 뛰었다. 실제 지난달 1톤당 액화천연가스(LNG) 현물 수입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량 증가한 1136.7달러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원전에 의존하지 않고는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수급 불안 우려에 현 정부 에너지 정책의 최우선 순위였던 탈원전 정책이 한순간에 뒤집어졌다”고 지적한다.
원전 이용률.. 1년새 33.2%p↑
16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지난달 원전 이용률은 89.4%로 4년전 이용률(56.2%) 대비 33.2%포인트 높아졌다. 이 같은 원전 이용률은 지난해 12월 수치(91.8%)에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 월간 기준 두번째로 높다.
최근 몇년간 1월 기준 원전 이용률 추이는 정부 정책 방향과 에너지 가격 상승 추이 등이 맞물리며 전형적인 ‘W자’ 형태를 띈다. 박근혜 정부 당시은 2016년 1월 원전 이용률은 91.1%를 기록했지만 탈원전 정책에 가속도가 붙은 2018년 1월 이용률은 56.2%로 급하락했다. 이후 연료비 가격 상승 영향 등으로 2020년 1월(66.0%)과 2021년 1월(77.9%) 관련 수치가 꾸준히 상승해 지난달에는 89.4%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원전 이용률은 사실상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에 달려있다. 원전은 1년 6개월 가량 가동 후 3개월 가량 안전점검을 받기 때문에 원전 이용률은 연 평균 80% 중반대를 기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2014년과 2015년 연간 원전 이용률은 85.0%와 85.3%를 기록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원전 이용률은 71.2%로 떨어진데 이어 2018년에는 역대 최저 수준인 65.9%를 기록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친환경 인사들이 원안위에 대거 참여하며 안전 문제를 이유로 원전 정비기간을 이전 정부 대비 몇 배 늘렸기 때문이다. 반면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해 여름 전력 수급 비상 대책으로 원전 조기 가동을 지시하자 점검 중인던 원전 3개가 갑자기 투입되며 원안위의 안전 기준과 관련해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원전 업계에서는 “정부가 탈원전 정책 정당화를 위해 원전의 경제성을 일부러 떨어트렸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꾸준히 제기한다. 정용훈 KAIST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신재생 에너지 보급이 빠르게 늘어난 반면 겨울철 적설 및 일조량 감소 등으로 태양광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며 전력수급 불안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LNG 가격 급등과 같은 이슈 때문에 탈원전 정책은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에너지위기에.. 탄소중립도 뒷전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원전 전력거래량은 지난해 12월(1만5741GWh)에 이어 월간 기준 역대 2위(1만5331GWh)를 기록했다. 지난달 LNG 현물거래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톤당 1,0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LNG 발전 비중을 낮추기 위해 원전 이용률을 끌어올린 셈이다.
원자력은 LNG 발전단가의 3분의 1, 석탄 발전단가의 2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지난달 기준 1kWh당 발전단가는 원자력이 61.5원으로 LNG(206.2원)는 물론 석탄(135.5원), 석유(215.5원), 연료전지(151.2원)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전력이 지난해 6조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올해 예상 손실액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값싼 원전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LNG 가격 급등에 석탄 발전량까지 늘리며 탈원전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공언했던 ‘탄소중립’까지 뒷전인 모습이다. 지난달 석탄 발전량은 1만7756GWh로 전년 동기의 1만6740GWh 대비 늘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따라 전체 53기 석탄 발전소 중 8~16기를 가동 중지하기로 했지만, 지난달 석탄 발전량은 관련 제도 시행전인 지난해 11월(1만5289GWh) 대비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반면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전력거래액은 전년(4조5893억원) 대비 53% 급등한 7조561억원을 기록했다. 발전 업계 관계자는 “연료비 급등에 탄소중립이라는 미래 목표 보다는 당장 눈에 띄는 발전의 경제성이 우선시된 셈”이라며 “탈원전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것이 올 겨울 입증됐다”고 밝혔다.
LNG 발전단가의 3분의 1.. 커지는 ‘원전역할론’
커지는 원전 역할론=지난달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전력거래액은 3조869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LNG 발전 전력거래액 1조7885억원과 비교할 경우 1년새 2배가량 늘었다. 반면 지난달 LNG 발전량은 1만 4972GWh로 전년 동기의 1만6765GWh 대비 오히려 줄었다. 이 같은 결과는 1kWh당 LNG 발전단가가 지난해 1월 106.7원이었던 반면 지난달에는 206.2원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반면 원자력의 1kWh당 발전 단가는 지난해 1월 72.5원에서 지난달 61.5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전력거래량은 지난달 1만5331GWh로 지난해 1월의 1만3392GWh 대비 늘었지만, 지난달 원전 기반 전력거래액은 9430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9706억원 대비 오히려 줄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치가 ‘원전 역할론’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에너지 자급률이 5% 내외에 불과한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변동에 따른 위험성을 줄이는 동시에 에너지 원가 절감을 위해서는 원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원자력의 경우 독일·호주·카자흐스탄 등 10개국에서 15년 단위 장기 계약으로 우라늄 원석을 수입 중이며 농축 우라늄은 프랑스·영국·러시아 등 4개국에서 20년 장기 계약으로 구매해 수급이 안정적이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 공학과 교수는 “전력수급 안정화를 위해서는 결국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지금과 같은 연료비 급등 시기에 확실히 증명되고 있다”며 “결국 전력수급 문제가 에너지 정책 수립시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탈원전 비용만 수십조.. 정책 비판 거세지나
정부의 이 같은 긴급조치에도 불구하고 탈원전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앞서 한 토론회에 참석해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탈원전에 따른 직접 손실액이 10조 20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심 교수는 “2017년부터 5년간 원전의 평균 이용률은 71.5%로 2012년부터 5년간의 평균 이용률인 81.6% 대비 10%포인트 이상 낮아졌으며 이 같은 원전의 빈자리를 값비싼 LNG가 대체했다”며 “원전 이용률을 5년간 80%로 유지했다고 가정할 경우 지난 5년간 총손실액만 10조2000억원”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전 정부 시절 수립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계획대로 추진됐을 경우 LNG 의존도를 더욱 낮출 수 있어다는 점에서 탈원전에 따른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진다. 당시 계획안에 따르면 신한울 1호기(1.4GW)· 신한울 2호기(1.4GW)·신고리 5호기(1.4GW)에 현 정부 들어 가동 중단된 월성 1호기의 설비 용량까지 더할 경우 국내 원전 설비은 2021년 기준 28.15GW가 돼야 하지만 실제 용량은 23.25GW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