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유세 첫날…李 “민주공화국” vs 尹 “자유민주주의” [현장, 2022 대선]

李 “어떻게 만든 민주공화국인데”

尹 “자유민주주의 가치 바로 세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15일 공식 선거 유세 첫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측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측이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으로 파상공세에 나선 가운데, 두 후보는 각각 민주공화국과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내세우며 이념 공세를 벌였습니다. 민주공화국의 가치는 더불어민주당의 오랜 정치적 이념이며, 자유민주주의는 국민의힘의 고유 가치이기도 합니다.


李 “우리가 어떻게 만든 민주공화국인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대구시 동성로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대구시 동성로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자신의 정치적 이념이라할 민주공화국과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이 후보는 이날 부산항 해상교통관제센터(VTS)를 방문해 “우리가 어떻게 만든 민주공화국인데”라며 “우리가 자존심이 있지, 어떻게 집회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그런 세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잖냐”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가 민주공화국을 강조한 것은 윤 후보의 ‘사법개혁’ 공약을 조준하기 위해서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우리 헌법 제1조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적시하고 있는 만큼, 민주주의의 기본 상식인 사상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겁니다. 1987년 개정된 헌법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만 언급되어 있는 게 아닙니다. 경제민주화와 공공의 필요에 따른 개인재산권 제한, 사회적 기본권 등 사회민주주의적 요소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헌법에서 좌우 이념이 수렴되고 있다는 사실에 기초해 ‘자유’라는 수식어를 뺀 민주공화국을 표방합니다.



이 후보는 앞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공화국 YES, 검찰제국 NO”라는 메시지를 내걸었고, 같은 날 명동 기자회견에서도 “이번 대선은 역사적 분기점”이라며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국가발전을 앞당기는 유능한 민주국가가 될지, 복수혈전과 정쟁으로 지새우는 무능한 검찰국가가 될지가 결정된다. 과감한 정치보복과 검찰에 의한 폭압정치를 꿈꾸는 정치세력에게 권력을 쥐여주는 것은 정의일 수 없다”고 외쳤습니다. 고용진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지난 3일 “검찰공화국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해도 부족한 판에, 검찰총장 출신 윤 후보가 직접 나서 검찰독재에 대한 국민불안을 부추기고 공언해 대한민국을 검찰공화국의 공포속으로 밀어넣으려는 윤석열 후보의 광기에 두려움을 갖는다”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며 이 후보를 지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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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바로 세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5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거리에서 열린 '청년이 함께하는 공정과 상식의 시대!' 거점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5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거리에서 열린 '청년이 함께하는 공정과 상식의 시대!' 거점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윤 후보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유세 출정식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바로 세워 국가의 안전을 튼튼히 하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윤 후보가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12일 공약홍보 열차인 ‘열정열차’ 기착지인 전주역에서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편협한 정신이 아니라 굉장히 포용성이 있는 철학”이라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붕괴시키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다른 철학과 이념을 가진 세력과도 얼마든지 평화 공존을 하면서 갈 수 있는 그런 체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자유민주주의에서의 자유와 창의를 기반으로 역동적인 나라를 만들고, 또 그런 국력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를 따뜻하게 배려하는 그런 멋진 나라를 우리가 꼭 만들어야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 후보는 지난 6일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아 “5월 정신이 자유민주주의와 국민통합 정신이라 생각한다”며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더 거슬러 올라가 한나라당, 민주정의당, 공화당 등 보수당의 정체성입니다. 자유민주주의는 어원적으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화학적 결합을 의미하는 듯싶지만, 사실 자유주의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헌법 전문에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란 표현이 처음 들어간 것은 1971년 박정희 군사정권의 유신헌법 때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헌법을 만들면서 ‘자유 민주’란 표현을 삽입한 이유는 북한 공산주의로부터 ‘자유’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담기 위해서 였습니다. 경제적으론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 개인의 재산권을존중해 시장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원론적인 지향점입니다.

상호 비방 난무…후보의 정치 이념 담긴 정책 안 보여


대한민국 헌법에 동시에 등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민주적 기본질서, 그 사상적 바탕을 이루는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는 적지 않은 이념 논쟁을 가져왔습니다. 선거유세가 첫날부터 두 후보의 감정 싸움이 격화하면서 이 후보의 민주공화적 정책과 윤 후보의 자유민주주의적 정책이 무엇인지 제대로 드러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후보는 이날 “정책 좋으면 좌우 안 따지고 수용”한다며 국민통합을 강조한 반면, 윤 후보는 “이념으로 국민 갈라친 정권 교체”로 국민 동행을 약속해 소속 정당의 정체성보다 확장성을 중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두 후보의 선대위(선거대책위원회) 및 측근들의 거친 입을 통해 원색적인 상호 비방이 난무하는 바람에 두 후보의 정책과 공약은 뜬 구름처럼 느껴졌습니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자신들의 이념이 담긴 정책들을 내세워 당당하게 국민의 선택을 받길 기대해봅니다.


성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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