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기자의 눈] 통합의 리더십이 실현되려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날 유세 현장의 주인공은 아이러니하게도 대선 후보가 아닌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여야 대선후보들은 대구를 방문해 너 나 할 것 없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본받겠다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박정희면 어떻고 김대중이면 어떤가. 국민에 도움이 되는 것이면 뭐든지 하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대전을 방문해 “대전은 박 전 대통령께서 국방과 과학의 도시로 시작했다”며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말로는 성이 안 찼는지 유세 첫날 박 전 대통령 생가를 직접 찾아가는 존경심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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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국에서 전직 대통령 소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최근 공개 석상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상하다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들의 눈물은 아마도 노 전 대통령을 여전히 그리워하는 중도 성향의 유권자를 겨냥했던 것 같다.

선거를 불과 20일 남겨 두고 대선 후보들이 이제라도 통합 행보를 걷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통합의 구호가 난무하는 것에 비해 그 진심이 국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되는 것 같지는 않다. 전직 대통령을 치켜세운다고 상대 진영에 대한 미움으로 가득 찬 국민들의 화가 얼마나 풀릴 수 있을까. 전직 대통령을 회상하며 먹먹한 마음을 드러내고 눈물을 흘린다고 해서 공감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있는지도 의문이다. 당시 여야 대선후보와 함께 현장에 있던 2030기자들 사이에서도 “당황스럽다” “뜬금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통합의 정치를 꿈꾼다면 상대 진영을 지지하는 유권자들부터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면 어떨까. 경쟁 후보와 상대 진영에 대한 무분별한 독설은 지지자들에게 상처를 남기고 반감만 키운다.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주목된 20일은 통합의 리더십을 펼치기에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이번 대선은 무당층과 스윙보터 규모가 역대 최대라고 한다. 여야의 숱한 네거티브 공세에도 마음을 좀처럼 내주지 않았던 유권자들이다. 어쩌면 상대 진영 지지자까지 배려하는 품위 있는 말과 행동이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해법이 될 수도 있다. 눈물도 품위를 갖춘 사람이 흘려야 가슴을 울리는 법이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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