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소리에 진심인 피아니스트 짐머만, 그를 만족시킨 피아노는

■크리스티안 짐머만 25일부터 내한 공연

자기 건반·액션 현지서 조립해 사용하지만

음색·울림 좌우 피아노 본체도 깐깐한 선택

3년전 내한 이어 이번에도 롯데홀 피아노로

오는 25일부터 한국에서 4개 도시 투어 리사이틀을 여는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Felix Broede오는 25일부터 한국에서 4개 도시 투어 리사이틀을 여는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Felix Broede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이 오는 25일 대구를 시작으로 3월 6일까지 부산·대전·서울에서 전국 순회 공연을 연다. 7일의 자가격리를 감수하고 오르는 무대다. 명연주만큼이나 음향에 대한 완벽주의로 유명한 그는 공연마다 전담 조율사를 대동하고, 자신의 피아노 액션(건반을 누르면 해머가 현을 때리게 하는 장치)을 직접 가지고 다니며 현지에서 조립해 연주한다. 피아노를 통으로 운반해 다니다가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에서 피아노가 압수돼 폐기처분된 이후로 방식을 바꿨다. 짐머만은 한때 이탈리아의 피아니스트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의 조율사를 꿈꿨을 만큼 조율 기술과 지식이 풍부하다.



그런데 이처럼 소리에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그가 ‘훌륭하다’고 칭찬한 피아노가 한국에 있다. 롯데콘서트홀이 보유한 6대의 피아노다. 2018년 내한 당시 롯데홀 피아노를 경험한 그는 1년 뒤 다시 찾은 한국에서 서울 뿐만 아니라 대구, 인천 공연에서도 롯데홀 피아노 본체에 자신의 액션을 조립해 썼다. 당시 이곳의 악기를 관리했던 이종열 피아노 조율 명장의 책 ‘조율의 시간’에 따르면 당시 짐머만은 네 번의 연주를 마치고 돌아가면서 ‘롯데홀에 있는 모든 피아노는 리허설 룸의 작은 피아노까지도 잘 손질돼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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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의 만족감 때문일까. 이번 투어에서도 짐머만은 롯데홀 피아노 본체를 사용한다. 자가격리 중에 쓸 연습용 피아노도 롯데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홀 관계자는 “피아노 본체의 나무 바디와 내부의 금속 향판의 상태가 음색과 울림을 좌우한다”며 “같은 해에 같은 주문으로 제작해도 악기마다 음색이 다르기에 본인 액션을 쓴다 해도 본체를 신경 써서 고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롯데홀이 보유한 연주용 피아노 4대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공연장 개관을 앞두고 2015년 스타인웨이 본사에 가서 직접 골라온 것들이다.

롯데콘서트홀 개관을 앞두고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스타인웨이 본사에 가서 직접 골라온 피아노/롯데콘서트홀롯데콘서트홀 개관을 앞두고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스타인웨이 본사에 가서 직접 골라온 피아노/롯데콘서트홀


짐머만은 공연 중 촬영이나 소음에도 매우 예민하다. 2003년 첫 내한 때 불법 녹음을 우려해 예술의전당 무대 위 마이크를 제거해 줄 것을 요구하느라 공연이 늦어진 것은 유명한 일화다. 2018년 협연 때는 당시 지휘자 에사 페카 살로넨이 공연 전 관객들에게 ‘짐머만이 연주하는 37분 동안 박수와 휴대 전화의 벨소리 및 진동, 각종 알림 수신음, 액정 불빛을 삼가달라’는 멘트를 따로 전했을 정도다.

이토록 깐깐한 악기 선정과 조율, 연주 환경을 거쳐 최상의 연주를 들려주는 짐머만. 그가 이번 내한 공연에서 선보일 곡은 바흐의 파르티타 1, 2번과 시마노프스키의 마주르카 13~16번, 그리고 쇼팽 소나타 3번이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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