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골칫거리였던 브라질 펀드가 올해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와 재정 불확실성 감소로 나 홀로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이 브라질 증시를 매력적인 저가 매수 시장으로 평가하며 브라질의 대표 주가지수인 보베스파지수는 연초 이후 10.5%가 상승해 브라질 주식형 펀드 역시 한 달 만에 1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16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브라질 주식형 펀드의 한 달 평균 수익률은 13.7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는 -5.63%의 수익률을 보였다. 3개월 기준 수익률은 9.43%, 연초 이후에는 13.94%의 성과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브라질 펀드의 수익률 상승은 증시 활황 덕분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12% 이상 빠지며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부진한 성적을 냈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재정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보베스파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배율(PER)은 8배로 10여 년간 가장 저렴한 수준을 보였다. 뉴욕증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PER은 20배, 유럽의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100은 12배였다.
하지만 이달 브라질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0.75%로 150bp를 인상하며 공격적인 긴축 행보의 결실을 봤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8회 연속 금리를 인상한 결과였다. 이에 따라 성장 관련 지표들이 예상보다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물가 상승률도 내년까지 점진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전망되며 지수 상승이 시작됐다. 또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올해 예산안에 승인하며 재정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덕분에 주요국 대비 헤알화는 연초 이후 8.6%가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도 브라질 주식형 펀드 수익률을 견인했다. 브라질 지수는 대두·원유·철광석 등 원자재 수출 기업 비중이 40%로 높다. 최근 가뭄 등 이상기후가 지속되며 생산량이 줄어들어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렸다. 증시 시총 1위인 세계 최대 철광석 개발 기업 발레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연초 이후 16%가 올랐고 2위 국영 석유 회사인 페트로브라스는 13%가 상승했다.
펀드별로는 ‘신한더드림브라질증권자투자신탁1’이 한 달 기준 15.26%의 수익률로 가장 우수했고 ‘신한브라질(H)(15.07%)’ ‘KB브라질[자](14.75%)’ ‘미래에셋연금브라질업종대표1(13.78%)’ 등의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증시가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며 매수를 권고했다. 공격적인 긴축 행보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0.3%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완화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앞서 프랭클린템플턴 등 해외 ‘큰손’ 투자자들은 브라질 증시가 저점이라는 판단에 대규모의 자금을 사들였다. 템플턴은 페트로브라스·발레 등을 비롯해 원자재 관련 기업을 유망하다고 평가했고 바클레이즈도 고수익, 원자재 관련 통화인 브라질 헤알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박민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브라질은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 이후 연내 동결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1분기 물가 둔화 흐름을 확인한 후 5월께는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돼 긴축 정책 완화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변이 없는 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의 당선이 예상된다”며 “룰라 전 대통령은 과거 재임 시절 경제성장률 및 재정 건전성을 크게 악화시키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헤알화 강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