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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영업익 20배 급증도…잇따른 대박에 벤처캐피탈 ‘실적 잔치’

우리투자 작년 매출 8242억에 영업익 7926억 달해

미래에셋벤처도 사상 첫 매출 2000억 돌파 기록

에이티넘·KTB네트워크 창사 후 첫 1000억 고지 넘어

두나무·하이브·크래프톤 등 투자 VC업계 성장 견인







국내 벤처캐피탈(VC)들이 연일 사상 최고 실적을 쏟아내면서 투자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우리기술투자는 업계 사상 최대인 8000억대 매출을 기록하면서 7900억원 넘는 영업이익을 작성, 전년 대비 20배 넘는 이익을 올려 경쟁사들의 부러움을 샀다. 투자 기업들이 잇따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며 대박을 낸 미래에셋벤처투자(100790)에이티넘인베스트(021080)먼트도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리기술투자는 지난해 매출 8242억 원을 기록하며 벤처캐피탈 업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 우리투자의 매출은 2020년 447억원에 그쳤는데 1년 만에 1744% 급증한 셈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역시 7926억원에 달하며 전년(366억원) 대비 20배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우리기술투자의 매출 증가는 보유 중인 두나무(업비트 운영사)의 지분 가치가 대폭 상승하면서 얻은 평가 이익 때문이다. 우리기술투자는 현재 두나무 보통주 256만 5000주를 보유중인데 2015년 이를 56억 원에 인수했다.

최근 두나무의 장외 거래가격인 40만원을 기준으로 우리기술투자의 보유 지분가치는 1조원을 웃돈다. 우리기술투자는 지난해 미국 게임회사 '휴즈'의 지분 매각을 통해 480억 원의 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우리기술투자는 이완근 신성이엔지 회장의 장남인 이정훈 대표가 최대주주인데, 경쟁사와 달리 자체 보유 자금을 직접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지분 가치 상승분이 그대로 매출로 집계돼 작년 실적이 업계에서도 이례적으로 급증했다.



미래에셋벤처투자 역시 지난해 2706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는 데 이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47% 급증한 961억 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지난해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가치 상승과 더불어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대규모 투자금 회수를 진행, 호실적을 냈다. 지난해 유니콘으로 성장한 리디를 비롯해 컬리 등에 대한 지분 매각을 단행했고, 네오이뮨텍, 센코, 원티드랩 등은 증시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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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000억 고지를 처음 넘어선 벤처캐피탈들도 탄생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매출이 245% 증가한 1110억 원을 기록해 1988년 회사 설립 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는데 연 매출이 1000억 원을 돌파한 것도 처음이다. 에이티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48% 폭증한 770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1세대 벤처캐피탈인 KTB네트워크도 설립 후 처음 지난해 매출 1000억 원을 넘어섰다. KTB네트워크의 매출은 11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70% 늘었으며 영업이익도 85% 증가한 827억 원을 기록했다.

에이티넘도 두나무에 투자한 펀드가 대규모 성과 보수를 받게 돼 '역대급' 실적에 효자 역할을 했고, 지난해 5500억원 규모의 대형 벤처펀드를 결성해 관리 보수가 대거 유입된 것도 매출 확대에 한 몫했다. KTB네트워크는 배달의민족과 스타일쉐어, RBW 등 주요 투자 기업의 상장과 매각 덕택에 높은 매출과 이익을 거뒀다.

이와함께 중소형 벤처캐피탈들도 실적 잔치에서 빠지지 않는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다. 컴퍼니케이(307930)파트너스는 지난해 매출액 274억 원, 영업이익 212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47%, 66% 증가했다. TS인베스트먼트(246690)도 매출이 42% 증가한 224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도 38% 늘어난 139억 원으로 집계됐다.

벤처캐피탈들의 실적이 지난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투자 기업의 가치가 급등한데 그치지 않고 원활한 기업공개(IPO)가 뒷받침됐고, 초저금리로 시장 유동성이 확대된 때문이다.

실제 2019년 시작된 약 5조 원 규모의 배달의민족 매각 작업이 지난해 초 완료되면서 벤처캐피탈들이 대규모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복수의 벤처캐피탈들이 투자한 웹소설 플랫폼 기업 ‘래디쉬’와 웹툰 플랫폼 '타파스 미디어'가 총 1조 1000억 원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팔리기도 했다. 또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도 기업가치가 30조 원~40조 원을 넘나들어 VC들의 중간 회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IPO 시장에서는 크래프톤이 VC들에 대박을 안겨줬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배틀그라운드' 신화를 앞세워 20조 원 이상의 몸값으로 상장에 성공했다. 또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벤처투자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의 바로미터인 신규 벤처펀드 조성액이 전년보다 34% 증가하며 9조원을 돌파했다.

한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 간 하이브, 크래프톤, 두나무 등 유니콘을 넘어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가 잇따라 이들 기업에 투자한 VC들도 성장의 과실을 나누게 됐다” 면서 “산업 전환기에 유망 벤처기업을 키우려는 정부와 대기업들의 투자가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벤처캐피탈들의 성장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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