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결국 구글까지 프라이버시 강화 조치 발표했지만…페이스북 반응은 달랐다 [정혜진의 Whynot 실리콘밸리]

구글, 향후 2년 유예 두고

이용자 데이터 보호 강화하는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내놓기로 발표

애플의 프라이버시 정책 변화에 발맞췄지만

페이스북은 "앞으로의 협력 기대된다" 환영

/연합뉴스/연합뉴스




구글이 앞으로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에서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강화하는 조치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를 내놓기로 했습니다. 애플에 이어 구글도 이용자 데이터 추적을 제한하게 되면서 페이스북을 비롯해 타깃형 광고를 주 수입원으로 삼는 소셜 미디어들이 또 한 번 영향을 받게 됐습니다.



16일(현지 시간) 구글 안드로이드 보안·프라이버시 부문 제품 관리 부사장 앤서니 차베즈는 구글 공식 블로그를 통해 “건강한 앱 생태계를 위해서는 디지털 광고가 진화하는 방향도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며 “새롭고 더욱 개별화된 광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기존의 이용자 데이터 공유를 제한하고 광고 ID 등 타 앱을 넘나드는 교차 식별자 없이 새로운 기능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향후 2년 간은 당장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점진적인 변화를 약속했는데요.

/구글 블로그 갈무리/구글 블로그 갈무리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 정책 변화 1년 되어가지만…소셜 미디어는 여전히 신음 중

지난 해 4월 도입된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App Tracking Transparency·ATT) 조치가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애플은 써드파티 앱이 맞춤형 광고 제공이나 제3자 제공을 목적으로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하려면 미리 이용자의 ‘추적 허용’ 동의를 받게 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이용자들이 추적 허용 옵션을 거부했고 이로 인해 ‘타깃형 광고’를 주 매출원으로 삼던 많은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최근 발표된 지난 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소셜 미디어들의 주가 향배를 결정한 건 애플의 프라이버시 정책 변화에 대한 회복 정도였습니다. 지난 3일 최악의 주가 폭락을 기록한 메타플랫폼(옛 페이스북) 역시 일간 이용자 수가 전 분기 대비 1000만명 감소한 데다가 여전히 애플 프라이버시 정책 변화로 인해 광고 매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 게 결정적으로 투자자들의 마음을 얼어붙게 했는데요. 광고 매출이 전체 매출의 98%에 달하는 메타플랫폼의 경우 이용자 타깃 광고가 주 수입원인데 애플 운영체제인 iOS의 개인 정보 처리 방침이 바뀌면서 맞춤형 광고 제공이 어려워진 것입니다. 데이비드 웨너 메타플랫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4분기에도 애플의 프라이버시 정책 변경이 광고 매출에 큰 타격을 입혔다”며 “올 한 해만 광고 비즈니스 손실액이 100억 달러(약 12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반면 지난 해 4분기 첫 순이익을 낸 소셜미디어 스냅의 경우 애플의 정책 변경 이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매출을 회복하고 있다고 밝히자 하루 만에 주가가 62% 급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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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연합뉴스/AFP연합뉴스


“앞으로 협력 기대돼” 온도차 보인 페이스북

사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을 운영하는 메타 이외에도 소셜미디어 앱의 경우 애플·구글 등이 모바일 운영체제 프라이버시 정책을 변경할수록 매출 확대가 더욱 어려워지는 게 사실입니다. 이로 인해 페이스북은 지난 해 내내 애플의 프라이버시 정책 변경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싸워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구글 발표에 대해서는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날 발표가 나자 페이스북의 제품 마케팅·광고 비즈니스 부사장 그레이엄 머드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구글처럼 프라이버시 보호 중심의 개인화된 광고를 위해 장기적이고 협력적인 접근으로 나아가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이라며 “구글과 앞으로 협업할 일들이 기대가 된다”고 환영의 뜻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레이엄 머드 페이스북 부사장 트윗 /트위터 계정 갈무리그레이엄 머드 페이스북 부사장 트윗 /트위터 계정 갈무리


광고 매출 80% 구글… 광고주 마음 안다?

이렇게 온도차가 있었던 데는 구글이 애플의 프라이버시 정책과는 다르다며 선을 그었기 때문입니다. 차베즈 부사장은 “우리는 경쟁사와는 광고 프라이버시 정책에 대해 다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무턱대고 써드파티 앱의 접근을 제한하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며 이용자 프라이버시와 개발자 비즈니스 모두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차이를 뉴욕타임즈(NYT)는 매출 구조의 차이를 두고 설명했습니다. NYT는 “애플의 매출 대부분은 아이폰을 비롯해 맥북·애플워치 등 기기 판매를 통해 발생하지만 구글의 경우 80% 이상을 디지털 광고 매출에서 벌어 들이기 때문에 광고주의 니즈에 대해 더 많은 이해도를 갖고 있다"고 분석한 것이죠. 이에 따라 프라이버시 정책을 바꾼 뒤에도 광고주들에게 친화적인 기능 역시 어느 정도 유지할 가능성이 있어 상대적으로 애플에 비해 여파가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또 구글이 프라이버시 정책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는 이해도 역시 깔려 있는 듯 합니다. 실제로 애플이 지난 해 4월 이용자 친화적인 강력한 프라이버시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용자들 사이에 구글은 상대적으로 프라이버시 보호에 뒤처져 있다는 인식이 강화됐습니다. 마케팅 소프트웨어 회사 이터러블의 제품 총괄 웨인 코번은 “애플이 적극적으로 프라이버시 정책을 안드로이드와 차별화되는 셀링 포인트로 삼았기 때문에 구글의 행보는 놀랍지 않다”며 “2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것도 매우 약한 제스처로 여겨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용자 중심의 프라이버시 정책은 정부와 의회에서 중시하는 키워드인 만큼 빅테크 규제에 있어서 어느 정도 숨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눈치도 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죠.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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