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중국 베이징의 우커송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결승전. 안 그래도 비장한 캐나다와 미국의 라이벌전이 필사즉생의 각오로 가득 찼다. 남자부 양강 캐나다와 미국이 모두 8강에서 탈락하는 충격을 겪었기 때문이다. 양국 하키 팬들의 자존심이 여자부 결승 한판에 달린 셈이 됐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경기는 한치 양보 없는 접전으로 흘렀고 캐나다의 3 대 2 승리로 마무리됐다. 2018 평창 올림픽 결승에서 승부 치기(승부 샷) 끝에 2 대 3으로 진 빚을 되갚은 것이다. 이번 대회 조별 리그에서도 미국을 4 대 2로 꺾는 등 캐나다는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으로 7전 전승 금메달을 완성했다. 7경기에서 57골을 퍼붓는 동안 실점은 10골로 막았다.
수훈갑은 캐나다 여자 하키의 레전드 마리-필리프 풀랭(31)이었다. 자신의 네 번째이자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올림픽에서 결승전 2골 1어시스트로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승부처에 유독 강해 ‘캡틴 클러치’로 불리는 풀랭은 2010 밴쿠버 대회부터 올림픽 결승 4경기 연속 골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풀랭은 1 대 0이던 1피리어드 15분 2초에 추가 골을 넣고 2피리어드 9분 8초에 3 대 0을 만들었다. 미국은 2피리어드 만회 골에 이어 3피리어드에 1골 차로 따라붙었지만 균형을 맞추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캐나다와 미국의 여자 하키 결승은 올림픽의 ‘공식’이다. 1998 나가노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열린 이래 금메달을 캐나다(5개)와 미국(2개) 두 나라만 나눠 가졌다. 일곱 차례 올림픽 결승에서 여섯 차례 만났다. 캐나다와 스웨덴이 격돌했던 2006 토리노 대회만 예외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부터 올림픽 4연패를 달리다 평창에서 쉬어간 뒤 다시 왕좌에 오른 캐나다는 미국과의 올림픽 역대 전적에서도 7승 3패로 우위를 이어갔다. 동메달은 스위스를 4 대 0으로 누른 핀란드가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