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방식 대신 지방의회가 간선제로 뽑는 방안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장 선출 방식을 다양화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하고 24일까지 각 지자체에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행안부가 마련한 방안은 세 가지다. 첫 번째 안은 지방의회가 간선으로 지방의원이 아닌 지원자 중에서 지자체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지방의회가 지방의원 가운데서 지자체장을 뽑는 방식과 지자체장 직선제를 유지하되 단체장의 인사·예산 권한 등을 지방의회로 분산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행안부 측은 “특별법이 통과되면 2026년 지방선거부터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각 지자체의 규모와 특성이 다른 만큼 지자체장 선출 방식도 다양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지자체의 특성과 단체장 선출 방식 간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무엇보다 지자체장 간선제는 주민이 직접 투표로 단체장을 선출하는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지자체장을 지방의회에서 간선으로 뽑으면 지방정부의 권력분립이 이뤄지지 않고 상호 견제 기능도 사라진다. 특히 지방의회의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서 지방의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지역 토호들의 입김이 너무 커질 우려가 있다.
직선 방식의 지방자치제는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인 평화민주당이었던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이 13일간의 단식을 통해 실현한 것이다. 김부겸 총리는 행안부 장관이던 2018년 김 전 대통령 서거 9주기를 맞아 그의 공적을 기리며 1995년 첫 지자체장 직선이 “민주주의 실현과 정권 교체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선거였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이제 와서 지자체장 선출 방식 변경을 추진하는 것은 30년 가까운 지방자치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다. 민주당은 현재 여당으로 기울어진 지방 권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꼼수로 지자체장 간선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특정 정파의 이익을 위해 민주주의 뿌리를 흔드는 논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