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학대 및 사기 혐의로 고발당한 유튜버 ‘갑수목장’에 대해 경찰이 1년이 넘는 수사 끝에 사실상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대전 유성경찰서는 지난 4일 갑수목장 운영자 박갑수씨가 동물보호법위반, 사기,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함께 고발된 편집자 A씨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이 내려졌다. 다만 사기 혐의 중 일부에 대해서는 기소의견으로 송치해 현재 대전지검 형사2부(박대범 부장검사)에 배당된 상태다.
박씨는 반려묘 ‘루미’를 공중으로 집어 던지거나 콘텐츠 제작을 위해 고양이 4마리 사이에 햄스터를 풀어놓아 죽게 하는 등 동물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박씨 등은 2019년 5~12월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구독자들을 속여 유기동물의 입양 및 처우 개선 명목으로 유튜브 슈퍼챗을 통해 후원금 1700여만원을 지급받은 혐의도 있다. 이들은 관할 관청에 기부금 등록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한 동물보호단체는 2020년 5월 박씨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박씨 등의 후원금 모집과 관련한 사기 혐의를 일부 인정해 검찰에 송치했지만, 앞서 한 차례 보완수사가 내려진 바 있다.
경찰은 박씨의 동물학대 의혹에 대해 “박씨는 루미를 집어 던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그와 함께 있었던 A씨도 같은 진술을 했다”면서 “고양이가 햄스터의 머리를 물어 죽게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할 다른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박씨 등이 루미와 절구 등 기르던 동물들을 펫샵에서 구입하고도 구조하거나 임시보호한 것처럼 콘텐츠를 조작한 사실은 인정됐다. 박씨 역시 수사기관에서 “구독자들의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스토리를 연출해 펫샵에서 구입한 고양이 등을 유기동물로 구조해 보호하는 것인 양 구독자들을 속였다”고 진술했다.
다만 경찰은 갑수목장이 조작된 콘텐츠로 후원금을 거둔 혐의(사기)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이 특정되지 않아 입증에 난항을 겪어왔다.
경찰은 “구독자들이 나머지 유기 동물을 대상으로 후원금을 지급한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면서 “유튜브 슈퍼챗으로 후원한 개별 구독자들의 진술서가 없어 어떠한 명목으로 후원금을 보냈는지도 특정할 수 없다”며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후원자별 후원 목적이나 성격이 제각각 인 점 등을 종합하면 기부금품법 위반을 적용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갑수목장이 후원금 사용내역을 증명하지 못한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의견으로 송치됐으나 이마저도 피해자의 진술이 없다면 검찰에서 다시 보완수사 요구가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박씨를 고발한 단체 측은 경찰 처분에 이의신청을 낼지 검토하고 있는 한편, 피해자들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단체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신수경 변호사는 “갑수목장 운영진의 처벌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진술서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구체적으로 갑수목장의 유투브에 출연한 고양이들이 유기묘인줄 알고 후원금(슈퍼챗)을 지급한 분이나 특정 고양이에게 후원금을 사용해 달라고 후원해 주신 분들의 진술이 있어야 갑수목장 운영진을 기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