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리운전 67%·일용직 용역 40% ↑ …고삐 풀린 서비스요금

■고삐 풀린 서비스요금…인플레發 인건비 천정부지

대리기사 감소 속 밤9시 이후에만 수요 몰려 불균형 심화

부동산경기 하락에도 시공원가 치솟자 인건비 덩달아 급등

생활물가 반년째 3% 안팎 고공행진…서비스요금 끌어올려





석유 등 원자재 가격 오름세에 따른 전방위 물가 상승 압박으로 대리운전, 일용직 용역 등 서비스 요금까지 급등하고 있다. 서울 시내 대리운전비는 평균 30~60%가량 뛰었다. 그럼에도 고객들은 필요할 때 대리기사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실정이다. 건설·인테리어 분야의 일용직 용역 서비스 요금도 40%가량 급등했다. 원자재와 생필품에서 시작된 인플레이션 도미노가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한 서비스 요금에까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화된 물가 상승 압박으로 생활물가가 크게 오른 가운데 서비스 요금까지 본격적으로 들썩이고 있다. 대리운전과 건설·인테리어 분야의 일용직 용역비가 대표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리운전비는 지난 1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5% 올랐다. 하지만 실제 고객들이 체감하는 상승 폭은 훨씬 크다. 대리운전 중개 업체들은 서울 시내에서 통상 1만 5000원이었던 배차비가 2만 원에서 2만 5000원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최대 67%가량 인상된 값이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영업제한 시간인 오후 9시 전후로는 수요가 몰리면서 말 그대로 기사들이 부르는 게 값이다. 인테리어 시공에 투입되는 일용직 용역비도 마찬가지다. 한 인테리어 시공 업자는 “지난해 추석에 일당 12만 원 내외였던 용역비가 최근 16만 원에서 17만 원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이처럼 서비스 요금이 급등한 것은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 압박이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활물가가 크게 뛰면서 가처분소득에 영향을 주고 결국 서비스 요금까지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통상 연 단위 협상에서 임금이 정해지는 정규직이나 계약직과 달리 일용직 노동자나 프리랜서에게 지급하는 서비스 요금은 건 단위로 비용이 책정돼 물가 변동과 인력 수급 등에 취약하다.

대리운전 중개 업체, 인테리어 업체처럼 중간에 낀 중소 업체들은 하는 수 없이 소비자가격도 올릴 수밖에 없다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대리운전 중개 업자 박 모 씨는 “운전기사들이 운임을 올려 손님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고지했는데 손님들의 불만 창구는 고스란히 우리 몫”이라고 했다.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실리콘 가격만 지난달 2배 가까이 뛰었다”며 “인건비까지 많이 올랐으니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 압박이 서비스 요금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물가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자재인 석유 가격이 크게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지난 1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2.8%, 16.5% 올랐다. 같은 기간 돼지고기 10.9%, 배추 56.7% 등 식자재 가격도 크게 올라 전반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센 상황이다. 소비자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생활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6%에 달했다. 생활물가는 지난해 9월 2.98%, 10월 3.36%, 11월 3.53%, 12월 2.97% 등 3% 내외에서 고공 행진하고 있다.




◇9시에는 ‘부르는 게 값…콜 떠도 성에 안 차면 안 받아=“2만 원이면 가던 곳을 지금은 5만 원을 준다고 해도 안 가요. 물가가 오르다 보니 우리도 가격을 어떻게 할 수 없죠. 자연스럽게 다 같이 올라가는 겁니다.”

관련기사



서울 도봉구에서 대리운전 중개 업체를 운영하는 박 모 씨는 최근 대리운전 업계의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이 업체에 따르면 평소 1만 5000원이던 서울 시내 배차 금액이 최근 2만 원에서 2만 5000원까지 올랐다. 박 씨는 “손님 콜(call)을 받고 예상 금액을 기사에게 제시하면 아예 콜을 안 받는다”며 “어쩔 수 없이 금액을 다시 올려서 손님에게 제시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제한 시간인 오후 9시 전후 피크타임에는 기사를 찾기 힘들어 배차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리운전 중개 업체들은 요즘 제값에 운전기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서울 시내는 물론 장거리 대리는 기사를 찾지 못해 말 그대로 기사가 부르는 게 값이다. 최근 지인들과 골프 모임을 다녀왔다는 조 모 씨는 “수도권의 한 골프장에서 대리기사를 부르는데 차량당 20만 원씩, 2대에 총 40만 원이 들었다”며 “기존에는 한 대당 10만 원 내외면 대리기사를 부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리운전은 기사를 구하는 콜이 오면 중개 업자가 거리에 따른 예상 금액을 제시한 후 해당 금액으로 대리운전을 할 의향이 있는 인근 기사들을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거래가 체결된다. 하지만 중개 업체들은 기사들이 예전 가격으로는 운전에 나서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손님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선 업체들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과 인력 수급 불균형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대리기사 요금이 크게 올랐다고 봤다. 당장 물가 상승 등으로 생활비가 크게 뛴 만큼 대리기사들도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코로나19 거리 두기 조치에 따른 야간 영업시간 제한으로 대리기사 수급 불균형 문제도 커졌다. 대리운전을 찾는 손님들이 오후 9시를 전후해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이 시간대의 대리운전 요금은 사실상 기사들이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개 업자 B 씨는 “피크타임 때가 아니면 수요가 그렇게 많지 않아 전체적으로 기사 수가 오히려 줄었다”며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필요한 기사가 더 없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죽었는데…인테리어 용역 일당 17만 원으로 뛰어=서비스 요금 급등 현상이 비단 대리운전 업계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주로 하루 단위로 시공 근로자를 고용하는 인테리어 업체도 마찬가지다.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백 모 씨는 “용역비가 지난해 추석 즈음 하루 12만 원에서 지금은 17만 원까지 올랐다”며 “지난해는 그래도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어서 손님이라도 많았는데 올 초부터는 부동산 경기도 죽어 손님도 줄고 시공 원가도 크게 뛰었다”고 밝혔다. 다른 인테리어 업체 사장 A 씨는 “실리콘 가격만 한 달 새 100% 급등했다. 물가가 전체적으로 오르는데 인건비가 안 오를 수 있겠냐”면서 “인건비를 비롯한 모든 자재비가 상승해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용직 노동자들을 건설 현장 등에 알선하는 인력 업체도 인건비가 대폭 올라 아우성이다. 인력 업체 사장 김 모 씨는 “용역 인건비가 최근 7%나 상승했다”면서 “일용직 노동자들을 찾는 사람들에게 용역비가 그만큼 뛰었다고 하면 다른 곳을 여기저기 알아보다 결국 전체적으로 올랐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연락이 온다”고 전했다. 김 씨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건설 현장에서 작업을 조금씩 천천히 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돼 인력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인력 수요가 감소하다 보니 자연스레 일용직 노동자들이 계약직 경비원, 건물 청소부 등으로 빠져 인건비가 올랐는데도 사람 구하기가 정말 힘들어졌다”고 덧붙였다.

강동헌 기자·박신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