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출신 미국행 이민자들이 멕시코 이민당국의 더딘 행정절차 탓에 멕시코 남부에 발이 묶이자 이에 항의하며 입술을 꿰매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남부 치아파스주 타파출라의 이민청 앞에서 이민자들이 미국 국경까지 가기 위한 비자 발급을 요구하며 이같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 중 10여명은 자신들의 뜻을 강하게 전달하기 위해 바늘과 실로 서로의 입술을 꿰매고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이들은 알코올로 흐르는 피를 닦아가면서, 물을 마실 수 있는 공간만 남겨둔 채 위아래 입술을 봉합했다. 시위에 참여한 활동가 이리네오 무히카는 "이민자들은 항의의 의미로 입술을 꿰맸다"며 "이들도 피 흘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민당국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과테말라와 국경을 접한 멕시코 타파출라엔 작년부터 미국으로 가려는 아이티와 베네수엘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 중남미 각국 이민자들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 이들이 멕시코를 통과해 미국 남부 국경까지 가려면 멕시코 당국이 발급한 인도주의 비자 등이 필요한데, 하루에도 수백 명의 신청자가 몰리다보니 발급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비자 없이는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민자들은 기약 없이 노숙에 가까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기다림에 지친 이민자들이 다 함께 모여 무작정 북상을 강행하기도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군경에 막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멕시코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이민당국을 향해 비자 발급 가속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고, 유엔난민기구도 멕시코가 몰려오는 미국행 이민자들을 위한 새 지원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