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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가치 지닌 폐지방·폐치아…'폐기물' 족쇄에 돈 내면서 버린다

필러·뼈 이식재 등 재활용 가능

관련법 개정은 3년째 지지부진

기술 보유에도 상용화 길 막혀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인체 폐지방·폐치아를 활용해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기술을 연구해왔지만 3년 동안 관련 법이 통과되지 않아 사업을 계속해야 할 지 고민입니다."



바이오기업 A사는 사람의 몸에서 나온 폐지방을 히알루론산 필러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규제 때문에 상용화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수백억 규모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체 폐기물을 오히려 돈 주고 버리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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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업계에 따르면 폐기물관리법 13조 2항에 따라 태반 외 의료폐기물 재활용은 원천 금지돼 있다. 지방흡입술을 이용해 추출한 폐지방은 물론 폐치아도 재활용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이렇게 버려지는 폐지방은 연간 약 100톤, 폐치아는 600만 개 정도로 보고 있다. 폐지방에는 콜라겐을 포함해 세포외기질(세포와 조직 사이의 공간을 채워 세포를 보호하고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 히알루론산, 지방줄기세포 등 재생의료에 쓰일 수 있는 성분들이 들어 있다. 폐치아는 임플란트 시술을 할 때 소실된 잇몸뼈를 재건하는 뼈이식재 제작에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효용성을 감안해 폐지방·폐치아를 재활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법안 개정은 지지부진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6월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는 의료기기?등?특정목적에?활용하는?경우에는?의료폐기물?중?재활용?금지대상에서?제외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개정안은 끝내 제출되지 않았다. 중소기업벤처부는 2019년 5월부터 신산업 규제개선 애로사항을 수집하고 인체 폐기물의 바이오 소재 재활용을 허용하겠다고 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2019년 12월 폐지방·폐치아 등 의료폐기물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 한해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규제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에는 폐지방에서 세포외기질(ECM)을 추출해 필러와 치료제를 만드는 엘앤씨바이오와 도프, 인체 지방을 생체조직으로 만들어 신체 조직을 재건하는 기술을 가진 메디칸, 지방줄기세포로 퇴행성관절염 치료제를 개발 중인 안트로젠 등 많은 바이오기업들이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법에 가로막혀 상용화하지 못해 서서히 고사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체 유래물질 재활용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에이즈 치료 부작용·피부 창상 등을 겪고 있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 부처인 환경부와 식약처도 “재활용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한무경 의원은 지난달 폐지· 폐치아 등 의료폐기물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허가를 받거나 의학연구 또는 의약품·의료기기 개발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한 의원은 “해외에서도 국내 인체폐기물 재활용 기술에 관심이 높지만 제도 개선이 늦어져 수출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하루빨리 규제개선을 통해 상용화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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