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자의눈]중대재해, ‘처벌’만이 능사 아니다

“유죄 판결 필수” 압박 수위 높여

기업들은 “법규 불명확” 아우성

자문위, 예방 길잡이 역할 해야






시행 한 달째에 접어든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에 대해 법무부·검찰이 연일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8일 수원지검 평택지청에서 열린 ‘중대재해사건 실무자 간담회’에서 “중대재해를 줄이려면 책임자에 대한 유죄 판결이 필수”라며 “책임자들로 하여금 합당한 처벌과 형량을 선고받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21일 발족한 중대재해자문위원회(자문위)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침해하는 중대재해 사건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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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경영계는 정부의 이 같은 발언에 다소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산업 안전 재해를 줄이고 근로 환경을 개선해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업의 의사결정권자 책임 문제나 관련 업체와의 관계 설정 등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해외에도 유례없는, 지금껏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인데 정부마저 ‘처벌’을 강조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기대보다 우려만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날 대검에서 발족식을 열고 1차 회의에 돌입한 자문위를 산업·경영계가 예의 주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문위는 검찰총장 직속 기구로 중대재해법 해석과 사고 책임자에게 적용할 처벌, 참작 요소 발굴, 수사와 관련한 법규 개선 방향 등 의견을 내는 역할을 한다. 중대재해법이 연착륙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이른바 ‘길라잡이’로서 중대재해법이 ‘처벌만이 능사’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고 기대한다. 처벌 위주의 공포 시행이 아니라 사고 예방 등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캐나다는 1975년 사형제 폐지 후 인구 10만 명당 살인율이 44%나 줄었다. 폐지 결정 당시에는 ‘오히려 살인 등 강력범죄가 늘 수 있다’는 우려가 컸으나 결국 기우로 전락했다. 중대재해법도 마찬가지다. 처벌만 강조한다고 해서 예방 효과가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에 부족한 건 의지가 아니라 구체적인 예방책이다. 중대재해법 시행 한 달, 정부는 물론 자문위는 ‘무조건 처벌’을 외치기보다 사고 예방법 마련에 방점을 찍어야 할 때다.


천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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