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커피에 밀리고 저가 커피에 치인 이디야가 재도약을 위해 조제 커피로 유통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격화된 커피 시장에서 수익성을 확대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돌파구 중 하나로 유통채널용 제품 확대에 나선 것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자체 생산 시설과 3,500여 개의 최다 가맹점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는 탕비실 1인자 동서에 도전장을 내밀고, 해외에서는 본격적으로 K-커피 판로 확대에 나선다.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이디야의 스틱커피 브랜드 '비니스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2020년에도 전년 대비 25%의 매출 성장을 보인데 이어 2년 연속 20%대 고성장을 지속했다.
비니스트는 2019년 별도의 광고와 판촉 활동 없이 입소문 만으로 약 130억 원의 매출을 올린 후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상승률을 지속하며 점유율을 키워가고 있다. 이디야 관계자는 "3,000개가 넘는 전국 이디야 매장에서 소비자들에게 검증 받은 맛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라며 "코로나19로 홈카페 수요가 늘어난데다 기존에 소비자들이 즐겨 먹던 스틱커피, 믹스커피 브랜드와 비교해 가성비가 좋아 판매가 크게 뛰고 있다"고 전했다.
이디야는 비니스트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유통채널용 제품을 더욱 확대하고 나섰다. 지난해 6월 편의점에서 첫 선을 보인 '이디야 컵커피'는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100만 개를 돌파했으며, 작년 말까지 총 800만 개가 팔려나가는 성과를 거뒀다. 또 대형마트와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던 이디야 캡슐커피와 드립백의 판매 채널을 가맹점으로 확대하고, 편의점 등에 이디야 탄산수도 출시했다.
이디야가 유통채널용 제품을 확대하며 사업영역 다변화에 나선 것은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에서의 애매한 위치 때문이다. 이디야는 그동안 실속형 커피와 공간으로 가성비를 부각시켜 왔지만, 가격을 올리고 저가 커피가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메가커피 등 저가 커피 브랜드가 매장을 빠르게 늘리면서 이디야 커피의 매출은 수년째 2,000억 원 대 제자리걸음 중이다.
스틱커피 등 공격적인 신제품 출시는 자체 생산 시스템이 공이 컸다. 비니스트는 2012년 출시 후 주문자위탁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해왔는데, 지난 2020년 이디야가 원두 로스팅 공장 '드림팩토리'를 준공한 후 자체 생산으로 전환했다. 드림팩토리는 연면적 1만 3,064㎡ 규모의 원두 로스팅 공장으로 준공 이후 더욱 높은 품질로 업그레이드 된 제품을 선보이며 사업 영역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업계는 가맹 사업에 더해 이른바 ‘탕비실’ 경쟁에 뛰어든 이디야가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국내 조제커피는 사실상 동서식품이 독점하고 있는 ‘난공불락’과 같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조제커피 소매점 매출은 3,845억 원으로 이중 87.53%를 동서커피가 차지하고 있다. 남양유업(8.01%), 롯데네슬레(3.18%), 이디야(0.3%) 순으로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디야는 커피 전문점의 높은 퀄리티에 기존 시장 제품에 뒤지지 않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해외 시장에도 공격적으로 나선다. 동서의 경우 미국 크래프트와 세운 합작사로 국내에서만 판매하는 조항에 묶여있지만, 이디야는 토종 커피믹스로 해외 수출에 걸림돌이 없다. 이에 지난해 미국, 몽골, 호주, 대만 등에 수출을 시작한 데 이어 올해는 중국 이커머스 쇼핑몰 '티몰'에 글로벌 스토어관을 열었다. 이디야 관계자는 “올해는 주요 사업인 가맹 사업 강화와 함께 조제커피 제품의 수출 지역과 채널 다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