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덴소





1994년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차 부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계열사인 덴소에 새로운 분류 표시법 개발을 요청했다. 덴소는 자회사인 덴소 웨이브를 통해 정보 처리량을 획기적으로 늘린 QR코드를 개발했다. 2000개가량의 글자나 숫자를 담은 QR코드는 12개 정도에 불과하던 이전의 바코드와 비교하면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덴소 측은 QR코드에 대한 특허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폭발적 성장을 이끌어냈다.



덴소는 1949년 도요타에서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전장사업부가 떨어져 나와 설립됐다. 출범 당시 덴소의 누적 적자 규모는 1억 4000만 엔에 달했다. 회사 측은 직원의 30%를 정리하는 등 과감한 구조 조정으로 몸집을 줄였다. 1953년에는 독일 보쉬와 기술 제휴를 맺었으며 이듬해 기술자 양성소를 설립해 ‘최강의 장인 집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덴소는 창립 이후부터 판로 다변화에 주력해 도요타 납품 비율을 전체 매출의 50% 밑으로 유지하면서 세계 2위의 자동차 부품 회사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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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소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홀로 서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1970년대에는 아마추어 무선 장비를 생산하고 휴대폰 단말기도 공급했다. 최근에는 자동차용 센서 기술을 응용한 산업용 무선 항공기, 바이오·의료 분야에도 진출했다. 2017년에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반도체 설계 및 개발을 전담하는 ‘엔시텍스’를 설립해 반도체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해 도요타가 반도체 대란을 뚫고 2년 연속 세계 자동차 시장 1위에 오른 것도 50일치의 부품 재고를 확보했던 덴소 덕택이었다.

덴소가 대만 TSMC와 소니가 합작해 짓기로 한 일본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의 합작 법인에 약 400억 엔을 출자해 10%의 주식을 취득하기로 했다. 자동차용 반도체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의 인텔도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하는 등 관련 업체들의 신규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격화하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정부와 기업·대학·연구기관이 힘을 모아 초격차 기술 확보와 고급 인재 육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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