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리주의 공화국 2곳의 독립을 승인하고 러시아 군대를 전격 투입했다. 미국과 유럽은 사실상의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두 공화국에 대한 제재를 즉각 발표했다. 돈바스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개입이 본격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24일 미국과 러시아가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현지 시간)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한 뒤 자국 국방부에 “두 공화국과 ‘우호·협력·상호 원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러시아군이 현지에서 평화유지군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라”고 명령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일제히 전했다.
미국과 유럽은 즉각 대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DPR과 LPR 지역에 대한 미국인의 신규 투자와 무역·금융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독일과 러시아를 직접 잇는 해저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 사업을 재평가해야 한다”며 사업 중단 방침을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러시아 은행 5곳과 개인 3명을 제재한다”며 “나토(NATO)가 요청할 경우 군대를 추가 파병하겠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번 조치를 신냉전을 주도하려는 푸틴의 노림수로 보고 있다. 미국과 담판하기 위한 협상용 지렛대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우크라이나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한국 등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추락했다. 특히 러시아 증시는 이날 8년 만에 최대인 13.21%나 급락했다. 22일 코스피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37.01포인트(1.35%) 내린 2706.79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2690.09까지 후퇴하며 전날에 이어 또 한 차례 2700선이 무너지는 등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렸다. 아시아 증시 역시 하락 폭이 컸다. 일본 닛케이지수와 대만 자취엔지수는 각각 1.71%, 1.38% 떨어졌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전날 대비 0.96% 내린 채 마감했다. 비트코인도 6% 이상 빠져 3만 6500달러 선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