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러시아군의 진입을 명령한 가운데 미국과 서방국가의 대규모 제재 가능성에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와 유연탄을 비롯해 알루미늄과 니켈 등 주요 광물 수출 대국이어서 사태 확산 시 원자재 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한때 5.4% 오른 배럴당 96달러, 북해산 브렌트유는 한때 4.12% 상승한 99.50달러에 거래됐다.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100달러에 육박한 것이다.
월가에서는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 최악의 경우 15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JP모건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추가 확산 수준에 따라 115달러 및 150달러 등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카트리나 엘 무디스애널리틱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지정학적 긴장이 유가를 10~15달러 정도 더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천연가스 가격도 관건이다. 러시아는 전 세계 천연가스의 17%, 유럽 공급량의 40%를 담당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네덜란드TTF 거래소의 천연가스 가격은 이날 72.56유로로 1년 전 대비 약 7.7배나 올랐다. 주요 7개국(G7)의 제재 수위에 따라 유가와 함께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이에 다시 유가가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기준 러시아는 글로벌 알루미늄의 6%, 정련 구리의 3.5%, 코발트의 4%를 생산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우크라이나 위기에 알루미늄과 구리 등의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며 “특히 알루미늄은 가뜩이나 수급이 원활하지 않던 시장에 공급 쇼크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연탄 가격도 치솟고 있다. 최근 유연탄 가격은 톤당 139달러를 넘어섰다. 전월 대비 9% 넘게 오른 수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러시아산 유연탄 수입 비중은 16%다. 배터리에 쓰이는 니켈만 해도 이달 들어 값이 5.1%나 상승했다. 안전자산으로 손꼽히는 금 선물 가격도 온스당 1911.00달러로 0.21% 올라 9개월 새 최고치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