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전례 없는 고강도 제재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맞서 천연가스 세계 수출 1위 국가인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할 경우 지난해 말 유럽발 에너지 대란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유럽이 지정학적 리스크로 촉발된 천연가스 재고 부족 등 에너지 대란을 예방하기 위한 대안으로 향후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신재생에너지 테마의 부각과 함께 금리 인상 등 악재로 이미 주가가 충분히 조정 받은 풍력주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풍력 대장주 씨에스윈드(112610)는 전일 대비 0.78% 내린 5만 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이날 1.35% 급락한 점을 고려하면 주가가 견고한 모습이다. 최근 주가는 지난 1월 27일 종가 기준 4만 6000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이날까지 10.86% 상승하며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연기금과 기관이 사들이며 반등을 주도했다. 또 다른 풍력주인 삼강엠앤티(100090)와 동국S&C(100130)는 이날 국내 증시가 급락한 영향으로 각각 3.29%, 2.91% 하락 마감했지만 올해 저점 대비 2.86%, 8.22% 올라 바닥을 다지는 모양새다. 그간 풍력주는 금리 인상 압박과 친환경 투자안이 담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사회복지 예산 도입 무산에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씨에스윈드는 지난해 7월 22일 9만 500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이날 종가까지 무려 43.64% 후퇴했다. 이 기간 3조 6773억 원이었던 시가총액은 1조 5266억 원 증발해 2조 1507억원까지 줄었다. 삼강엠앤티와 동국S&C도 고점 대비 각각 37.03%, 22.97% 주가가 크게 빠지는 등 풍력주는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갔다.
낙폭이 과도했던 만큼 저가 매수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풍력주는 최근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제재 이슈가 부각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군에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진입 명령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럽과 미국 등 서방 세력의 제재 이슈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등 서방이 초고강도 제재를 가할 경우 러시아가 유럽 내 천연가스 공급 중단 카드라는 무기를 쓸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유럽연합(EU)이 에너지 자립을 위한 대안으로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유럽은 역내 천연가스 공급의 약 3분의 1을 러시아에 의존할 만큼 에너지 자립도가 낮다. 실제 지난해 말 러시아가 대유럽 가스 공급을 제한하자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180유로까지 치솟는 등 유럽이 에너지 대란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유럽이 향후 에너지 주도권 확보를 위해 풍력 등 에너지 수급 다변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유럽 전체 육상 풍력 설치 규모는 19.2GW로 지난해 EU 풍력 이용률 23% 기준 연간 254만 톤 규모의 천연가스를 대체할 수 있다. 다만 현재 EU 27개국의 천연가스 재고가 2276만 톤인 점을 고려하면 풍력발전이 차지하는 양은 미미한 상태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천연가스의 낮은 재고로 인한 심리적 우려가 해소돼야 가격 급변동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유럽은 풍력 등 신재생 설비 용량을 빠르게 늘릴 필요가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에너지 주권 확보를 위한 EU의 노력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