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공감] 젊은이들이 희생하려 하지 않는 이유





50대 여자가 본인이 젊었을 때는 그저 순응하고 희생하며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자 젊은 사람들은 순응, 희생도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엔 희망이 없어서 그럴 필요조차 못 느끼는 거라며 50대 여자를 놀라게 했다. 정말 그 정도냐며 젊은 사람들을 쳐다보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희망이 없다는 말이 너무 슬픈 것 같다고 50대 여자는 말했다. (황보름,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2022년 클레이하우스 펴냄)




대통령의 여름휴가 도서나 대선 주자들의 독서목록을 보면 묵직한 경제경영서나 연륜 있는 작가들의 책이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이견 없이 두루 좋은 책이라고 인정될 만한 책들을 골라서 언급하는 것일 테다. 그러나 나는 나라의 경영을 맡은 이들이 이미 검증된 ‘오래된’ 책만이 아니라, 요즘 젊은이들이 공감하는 ‘오늘의 책’도 읽고 회자해주길 바란다.



최근 젊은이들이 푹 빠진 힐링소설로 알려진 황보름 작가의 소설 속 배경인 ‘휴남동 서점’은 마냥 따뜻하기만 한 판타지의 공간이 아니다. 휴남동 서점에 모여든 사람들은 우리 모두가 뼛속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지극히 현실적인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서점의 불빛 아래 모여든 이들이 나지막하게 주고받는 대화 속에 요즘 젊은이들을 가장 절망하게 하는 취업과 노동 문제, 자영업자의 절박한 생존과 젠트리피케이션, 교육 문제 등이 쏟아져나온다. 미래를 바라보고 오늘을 견디는 ‘희생’이라는 것도 미래에 더 좋은 것이 내게도 오리라는 ‘희망’이 있을 때에나 비로소 가능한 것이라는 한 젊은이의 말은 얼마나 뼈아픈가. 휴남동 서점에서는 무거운 절망과 고통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의 말을 들어주며 이 거대한 세계가 절대 내어주지 않는 조그만 희망을 일구어간다. 희망 없는 세계에서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주는 서민들의 이야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연실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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