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연(66) 대법관(사법연수원 12기)이 “수원에 살고 있는 딸이 없다”며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 속 ‘그분’ 의혹에 대해 재차 부인했다. 현직 대법관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연 것은 처음이다. 해당 의혹이 언론 보도에 이어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도 언급되는 등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자 조 대법관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조 대법관은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딸 셋 가운데 한 명은 2016년 결혼 후 분가해 서울에서, 다른 한 명은 지난해 혼인해 죽전에 산다”며 “막내딸은 현재 함께 살고 있어 수원에서 거주하는 딸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치권에서 논쟁이 되는 대장동 의혹 사건에 관해 ‘선거를 목전에 두고 왜 갑자기 이런 의혹 기사가 보도됐나’ 하는 의문을 가졌다”며 “잠자코 있으려고 했으나 논란이 줄지 않아 소상하게 밝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 언론은 ‘조 대법관의 딸이 김만배 씨 소유의 경기 수원시 아파트에 거주했다’는 취지의 녹취록을 보도했다. 녹취록에서 김 씨는 또 다른 대장동 의혹 핵심 관련자이자 녹취 당사자인 정영학 회계사에게 “저분은 재판에서 처장을 했었고, 처장이 재판부에 넣는 게 없거든. 그분이 다 해서 내가 원래 50억 원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다”고도 말한다.
조 대법관은 “김 씨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단 한 번도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다”며 “대장동 사건과 관련된 그 어떤 누구와도 일면식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주민등록등본 등 이를 증빙할 만한 자료 제출이 필요할 경우 대법원이나 검찰·언론 어느 기관이든 요청하면 즉시 하겠다. 논란을 종식시키는 데 검찰도 일정 부분 제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며 빠른 수사도 요구했다. 조 대법관은 “지난 며칠간 잠을 자지 못하고 고민하다가 이번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며 “이 사건에 관해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할지 여부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조 대법관은 지난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했다. 법원행정처장을 맡은 대법관은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당시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결론이 난 시기에 대법관 가운데 영향력이 큰 법원행정처장을 맡았으니 대장동 의혹과 연관이 있지 않느냐는 게 의혹의 근거다. 다만 대장동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의혹을 다각도로 확인한 결과 조 대법관과 관련된 김 씨의 이야기는 실체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