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 자영업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길은 창업 리스크를 줄이고 매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그 핵심에 공유 주방과 정보기술(IT)이 있습니다.”
외식 플랫폼 스타트업 먼슬리키친의 김혁균(51·사진) 대표가 23일 서울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배달 애플리케이션처럼 주문자 중심이 아닌 외식 사업자에 초점을 맞춘 플랫폼으로 새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00년대 중반 MP3플레이어 ‘아이리버’ 돌풍의 주역인 레인콤 대표를 지낸 IT 업계 전문 경영인 출신이다. 20여 년을 온라인·전자상거래 시장에 몸담았던 그가 시선을 돌린 분야가 외식이었고 IT 전문가답게 공유 주방에 디지털을 접목한 사업에 도전했다. 그가 내놓은 외식 브랜드 ‘먼키’는 공유 주방과 100석 이상의 푸드코트형 홀을 함께 갖추고 있다. 공유 주방 이용 사업자가 ‘먼키 앱’을 이용해 배달 이외에 홀 주문 매출도 올리는 구조다. 김 대표는 “단순히 부동산 임대 방식의 공유 주방 사업에서 벗어나 사업자가 배달·홀·단체급식(케이터링)·구내식당 등 겹겹이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2020년 말 처음 오픈한 서울 강남점을 시작으로 ‘먼키’ 지점은 현재 서울과 분당·판교 등 7곳으로 늘었고 총 130개 식당이 입점해 있다. 셋톱박스 기업 휴맥스 사옥에 구내식당도 열어 먼키 앱으로 직원들 주문도 받는다. 원하는 시간 주문 예약으로 직원들이 점심시간을 아낄 수 있고 매장 회전율을 높이는 효과를 노렸다. 배달과 홀 식사 등 먼키 이용자는 하루 평균 3000여 명 정도. 김 대표는 “묶음 주문·결제와 음식 알림 등 이용자 편리성을 고려해 먼키 앱을 만들었고 입점 사업자들의 고충을 덜기 위해 함께 개발한 것이 매장 관리 전용 ‘사장님 앱’”이라고 소개했다.
사장님 앱은 배달·홀 통합 주문 기능과 비용·매출·손익 분석 데이터를 제공한다. 전문 경영인으로서 터득한 노하우를 앱에 녹여냈다는 그는 “일반 음식점의 포스(POS·판매정보관리시스템) 기능에 그치지 않고 사업자가 조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앱 기능 중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수요예측 시스템은 130곳 식당의 1년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일의 주문량’을 예상해 알려준다.
기존 배달 앱과의 경쟁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경쟁보다는 사업자의 리스크를 줄이고 비용 구조 개선에 필요한 IT 시스템 제공으로 차별점을 갖는 게 목표다. 차별화 결과는 성장이다. 먼키에 입점한 사업자가 추가 점포를 내는 비율인 다점포 출점률은 47%로 업계 평균을 웃돈다. 그는 “창업 실패 시 매몰 비용을 최소화하고 기업 분석의 기본인 비용 분석에 정통해진다면 외식업 성공 확률은 올라간다”며 “자영업 포화 문제를 해결하는 모델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인류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김 대표는 2000년대 옥션·이베이 등을 거쳐 레인콤 대표로 스카우트된 후 여러 회사에서 17년간 대표직을 맡았다. 2011년부터 스타트업에 발을 들여놓은 후 패션 e커머스, 건강 기능 식품 앱 등을 창업하고 2018년 먼키를 세웠다. 그는 “뒤떨어진 외식 시장에 IT 경험들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 계속 고민 중”이라며 “올 하반기 70만 외식 자영업자에게도 온라인 솔루션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지점 20곳, 식당은 400개로 늘리기로 했다. 그는 “유튜브를 보는 것처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솔루션을 개발하겠다”며 “자영업자들을 위한 선도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