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인쇄만 하면 끝…소상공인 디자이너 울리는 중국산 표절 스티커 범람

100억원 규모 다이어리 꾸미기 시장의 그림자





어린 시절 옷 입히기 스티커 등을 가지고 놀던 이들은 요즘 시장의 스티커 가격을 보면 종종 기함을 토하고는 한다. 장당 2,000원을 넘는 것이 일반적인 요즘 스티커들, 그러나 이유는 있다. 과거 공장제 기성품으로 찍어져 나오던 스티커들과 달리, 최근의 문구 시장 트렌드는 개개인의 디자인을 담고 있는 저작물이므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다이어리 꾸미기(이하 다꾸) 시장의 성장은 소상공인 스티커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사업 영업을 늘어주었고, 그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스티커로, 가격대는 디자인과 박이나 코팅 등에 따라 저렴하게는 장당 1,500원에서 고가의 제품으로는 3,000원대의 제품까지 볼 수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 기조의 다꾸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본인의 취향에 맞는 제품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일반인과 디자이너들도 사이드 프로젝트로써 사업을 시작하고, 사업이 확대되면 본업으로 옮기는 등 긍정적인 시장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문제는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저작권 침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홍보가 주를 이루고, 인쇄가 문제가 아닌 도안이 중요한 제품이기 때문에 상품 홍보용으로 게시된 도안을 갖고 만들어진 짝퉁 스티커 유통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중국산 짝퉁을 중심으로 어떤 식의 소상공인 저작권 침해 사례가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 다꾸 시장 소상공인 저작권 관련 정보

스티커와 떡메모지, 랩핑지 등의 다꾸 용품들은 기본적으로는 저작자의 디자인을 필요로 한다. 이와 같은 경우 저작권은 개인이 저작권 등록 여부와 무관히 창작의 순간부터 발효되며, 해당 소상공인에게는 상품의 제작과 등록 등 모든 권리가 부여된다. 따라서 저작권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저작권을 원작자의 허락 없이 사용하게 된다면 이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만약 저작권 등록을 한다면 저작권 침해가 발생했을 시, 법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하기가 수월하다. 저작권이 등록되지 않은 경우 관련 분쟁이 발생했을 때 먼저 저작물을 창작한 쪽이 어느 쪽인지를 밝히는 것에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데, 저작권 등록이 되어있다면 그와 관련된 분쟁이 벌어질 여지가 적어진다. 나아가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저작권 등록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저작권 등록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문제는 중국 측의 카피 상품이라는 점이다. 한국 저작권 위원회는 해외 저작권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는데, 사이트는 직접 침해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리고 있다; [타인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관련된 작품의 복제, 발행, 2차적저작물의 작성 등의 방법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전형적저작권 침해의 유형] 이와 같은 경우 민사 책임과 행정 제재가 이루어질 수 있는데, 침해 행위의 중지와 복제 물품의 몰수 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왜 저작권 침해 사례가 끊이지를 않는가.

그러나 소상공인의 경우 이와 같은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이 모자라다.

첫째, 모니터링이 힘들다. 대부분의 저작권 위반 사례는 저작권자의 모니터링이 아닌 고객들의 제보로 이루어진다. 본래 디자인을 알고 있는 고객이 다른 상품을 발견하고 제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모니터링에 투자할 시간과 비용이 없는 경우 침해 사례를 발견하기가 힘들다.

둘째, 저작권 등록이 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저작권 등록을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브랜드의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소상공인의 경우에는 우선적으로는 시장 확대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저작권 등록과 관련된 비용과 시간의 여유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관련 침해 사례가 발생하더라도 구제를 받기가 힘들다.



셋째, 수사 요청을 넣기가 힘들다. 스티커의 장당 가격은 1,500~3,000원 선이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크다고 보기 어려워 관련 저작권 침해가 발생해도 국제 규모의 수사 협조를 부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국내의 경우에는 관련 법적 조치를 받는 것이 비교적 수월하지만, 중국산 짝퉁의 경우에는 당국의 협조를 받는 것이 수월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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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로, 책임 관계가 불분명하다. 시장이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인 만큼, 일반 소매상들이 별다른 상품 검증 과정 없이 판매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오리지널 제품을 카피한 중국 제품을 국내에서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책임을 물어야 하는 대상이 불분명해진다. 카피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공장은 생산지를 일반적으로 표기하지 않고, 자체 제품인 것처럼 속여서 물건을 판매하기 때문에 국내 판매처에서는 별다른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카피 제품을 알지 못하는 상태로 들여와 판매할 가능성이 생긴다. 실제 사진의 사례 뿐 아니라, 쿠팡과 같은 대형 플랫폼에서도 여러 판매자들이 중국 카피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다양한 저작권 침해 유형

첫 번째 사례는 유사 도안 제작이다. 단순히 실제 도안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닌 유사 도안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저작권 망을 교묘하게 피하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디자인을 베껴와 유사 도안을 제작하는 것은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된다. 저작권은 등록과 관계없이 창작의 순간부터 발효되며, 법적으로는 부정경쟁행위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

유사 도안 제작이 심각한 사례 중 하나인 이유는 표절에 대한 기준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악용했다는 점에 있다. 소상공인 뿐 아니라 기업체 등에서도 카피 상품의 경우에는 법적인 대응을 하기 어려우며, 그 구분이 힘들다. 디자인의 도용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문제는 위의 사례와 같이 누가 봐도 표절이 명확한 상황에서도 앞서 언급된 저작권 침해 사례에 대응하기 어려운 이유 때문에 공식 계정과 판매처 신고 등을 제외하면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상표 지우기 방식이다. 도안과 기타 포장 방식까지 완전히 동일하게 사용하나, 상표를 지워서 짝퉁 제품을 판매한다.

좌측의 이미지는 카피 상품이고, 우측의 상품은 정식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는 오리지널 제품이다. 두 제품의 이미지 상의 차이는 상품명의 약간의 차이와, 제품의 저작권 마크가 사라졌다는 점뿐이다. 지금도 좌측의 상품은 중국 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해당 브랜드의 경우 저작권 등록까지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짝퉁 상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는 점은 관련 제도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게다가 한국 스티커가 인기 있다는 점을 안 중국 업체들은 한국어로 스티커 이름을 써서 판매하는 꼼수를 사용하기도 한다. 위의 사례만 보아도 상표명을 중국어로 변환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한국어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무수정 복제는 단어 그대로 도안과 포장 등 기타 수정을 거치지 않은 채 그대로 찍어낸 제품을 말한다. 물론 짝퉁 제품과 아닌 제품을 구분할만한 약간의 조건들은 있지만, 온라인 쇼핑을 하는 입장에서 이미지만으로 해당 제품이 짝퉁인지 아닌지를 구별해내기는 무척 어렵다.

아래 이미지와 같이, 상표까지도 그대로 남겨둔 채 짝퉁을 자체적으로 찍어서 판매하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구분을 더욱 어렵게 하며, 상표권 침해에도 해당할 수 있다.



◇ 소상공인을 위한 저작권 침해 대처 방안

표절 제품을 막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워터마크를 사용하는 것이다. 워터마크란 문서나 사진 등에 저작자 등을 밝히면서도 해당 이미지를 명확히 확인할 수는 있을 정도로 흐릿하게 삽입된 이미지를 말하는데, 워터마크를 넣은 도안의 경우 사진을 그대로 저장해 인쇄하기가 힘들다. 그를 지우는 과정을 필요로 하기에 그와 같은 경우 복제 대상에서 벗어나기가 쉽다. 판매를 위해 도안에 회색의 옅은 워터마크를 삽입할 시 효과적이다. 나아가 판매용 이미지를 업로드할 때, 도안을 그대로 업로드하기보다는 시제품을 인쇄한 뒤 그를 촬영해 홍보용 이미지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당 경우 도안 도용의 위험성이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오리지널 캐릭터가 있거나 화풍이 뚜렷한 경우 특허를 최대한 빨리 내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 경우 관련 저작권 침해가 일어났을 때 법적인 구제를 받기가 편해지고, 상표권 도용의 경우에도 대응할 수 있다.

개개인의 디자이너들이 법적인 차원에서 대응을 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기에 해당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연합체를 결성해 법적인 자문을 보다 쉽게 구할 수 있게 하고, 공동의 목소리를 내 표절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대응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일 것이다. 해당 직군의 소상공인 조합을 만듦으로써 보다 표절 상품에 대한 압박을 크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표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표절 제품을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는 것이다. 초기에 스티커를 사 모을 때는 짝퉁 상품과 실제 브랜드 제품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힘들겠지만, 관련 취미를 갈고닦아 오랫동안 즐기게 된다면 차이를 구분하는 눈이 생길 것이다. 라이센스를 정식으로 받지 않은 판매처에서의 구매를 최대한 줄이고, 상표명이 나와 있지 않은 제품은 일단 의심하고 보아도 좋다. 수요가 없는 곳에 공급은 생기지 않는다. 표절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것만이 소상공인의 소중한 지적 재산권을 지키고 끊임없이 새롭고 예쁜 스티커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김소연 썸데이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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