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금융위원장 출신 로펌에서부터 금융당국 관료, 경찰, 언론인까지…’
최근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대관 업무를 강화하면서 영입 채널도 다양해지고 있다. 초기엔 거래소들이 생존과 직결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을 대비하기 위해 국회 보좌관들을 주로 영입했다면 최근엔 거래소마다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맞춤형’으로 대관 강화에 나서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가상자산산업의 제도권 편입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 된데다 급성장하는 업계로 이직을 희망하는 고급 인력들의 수요도 높아 거래소들의 대관 조직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자금세탁 종합검사 1호 대상으로 지목된 코인원은 검사에 앞서 대형 로펌인 태평양과 자문 계약을 맺었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 알려져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코인원이 태평양으로부터 자금세탁 방지를 포함해 거래소 운영과 관련된 다양한 법률 조언을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종합검사를 대비해 맞춤형 과외를 받는 것이란 얘기다.
더욱이 태평양은 신제윤(사진) 전(前)금융위원장이 2017년말부터 고문으로 영입돼 활동하고 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제4대 금융위원장을 지낸 신 전 위원장은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국제금융 전문 관료다. 재경경제부 국제금융·금융정책 과장, 국제금융심의관, 국제금융 국장, 기획재정부 국제 업무관리관을 거쳐 2011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역임했다.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부의장과 의장도 지냈다. 업계 관계자는 “신 전 위원장은 공직을 떠난지 7년이 됐지만 현직에 있는 후배 관료들 사이에서 덕망이 높다"면서 “국제 금융통으로서 자금세탁 방지에 대한 이해도도 높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코인원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금융 관료 영입 작업도 계속되고 있다. 빗썸은 지난해부터 공을 들여왔던 금융위 소속 서모 전(前)사무관의 영입을 올해 초 마무리지었다. 서모 전 사무관의 이직은 금융위 출신 관료 가운데 가상자산업계로 이동한 첫 사례다. 빗썸은 서모 전 사무관의 영입으로 그동안 취약했던 금융당국과의 소통 채널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인원도 삼고초려 끝에 금융위 소속 안 모 사무관을 데려왔다.
지난해 이해붕 전 금융감독원 국장을 영입한 업비트는 올해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사이버수사팀 경력이 있는 경감 A씨를 스카웃했다.업계에선 두나무의 환치기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 수사가 진행될 것이란 정치권의 주장에 대응하기 위한 영입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비트의 대관 업무 강화는 언론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최근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코리아의 김병철 전 편집장을 차장급으로 영입, 언론 홍보 업무를 전담시켰다.
가상자산 예치서비스 회사인 델리오도 최근 한국거래소의 부장급 인사를 대외협력 등을 총괄하는 임원으로 스카웃했다.
업계 관계자는 “특금법 개정안 시행과 업권법 제정 움직임을 계기로 암호화페 산업이 점차 제도권으로 편입되고 있다”면서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성장세도 가팔라 기존의 업무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 고급 인력들의 이직 수요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