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쌍둥이 적자'에 '오일 슈퍼스파이크' 경고음…韓경제 최악 치닫나

[한은, 올 물가 목표 10년만에 '3%대']

글로벌 공급망 차질·美의 긴축 전환

우크라 사태에 원자재 수급 불안 등

대내외 경제 하방 압력 요소 눈덩이

팬데믹 확산세로 소비 위축도 우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은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은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0%에서 3.1%로 대폭 상향 조정하면서 10년 만에 3%대 물가 상승을 예상하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재정과 무역의 쌍둥이 적자까지 나타나며 성장 전망도 불투명하다. 이에 이주열 한은 총재는 “소비의 기조적 회복 흐름에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세가 이어지는 만큼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 경기 둔화 흐름 속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공급망(GVC) 차질 심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전환 등 각종 대내외 악재에 올해 3%대 성장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무엇보다 한은이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면전 양상이 현실화되면서 물가 상승률은 더 높아지고 경제성장률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 같은 흐름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면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이 동반 상승하는 만큼 경제적 고통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골드만삭스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의 ‘슈퍼 스파이크(대폭등)’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3차 오일쇼크 우려도 나온다. 중동전쟁에 따른 제1차 오일쇼크(1973~1974년) 때 우리나라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를 넘길 정도로 폭등해 나라 경제 전반에 커다란 부담을 안긴 바 있다.





24일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2.0%) 대비 1.1%포인트나 높은 3.1%로 제시했다. 한은이 물가 상승률을 3% 이상으로 예상한 것은 2012년 4월(3.2%) 이후 처음이다. 한은이 물가 전망치를 파격적으로 높인 것은 지난해 10월(3.2%)부터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 등 3%대 상승률이 4개월째 이어지는 데다 연초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공급망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방역 단계가 완화될 경우 수요 회복 요인까지 더해지면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오를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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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대통령 선거가 맞물리면서 정치권에서 커지고 있는 확장 재정도 물가 불안 요인이다. 이날 이 총재는 “이번에는 성격이 다르지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 정부의 재정 지출이 확대되면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는 당연히 제기될 수 있다”며 “중앙은행 입장에서 3%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혹시 재정 확대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좀 더 자극하는 것은 아닌지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생산자물가도 전월 대비 0.9% 오르면서 한 달 만에 보합에서 상승으로 전환했다. 공산품뿐 아니라 농축수산물·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생산자물가가 오름세를 나타냈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높은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총재는 “짧은 기간 물가 상승 정도가 생각보다 크고 광범위하게 나타났다”며 “근원물가마저 상승 압력이 확대됐고 우크라이나 사태나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물가 전망을 큰 폭으로 상향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제성장률은 3.0%로 지난해 11월(3.0%)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최근 신규 확진자 수가 17만 명을 넘어서고 중국 경기 둔화에 지정학적 리스크 등 각종 악재에도 경기회복 흐름이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본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나 감염병 불확실성 등 하방 요인도 전망에 반영한 결과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지 않았다”며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민간 소비도 확진자 수가 정점을 기록한 후 방역 조치가 완화되고 추경안이 집행되면 활성화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우리나라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관측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에 2개월 연속 무역 적자가 발생했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점차 축소되는 양상이다. 감염병도 좀처럼 진정될 모습을 보이지 않는 데다 글로벌 공급 차질 완화 시점도 예측하기 어려운 등 하방 리스크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미 노무라그룹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2.1%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꼽았던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험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재로 나타났다. 한은은 전면전이 일어나고 경제 제재도 강하게 일어난다면 성장률은 낮아지고 물가 상승률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점을 감안하면 곧바로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것”이라며 “이는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서방이 경제 제재 수위를 높이면 글로벌 교역 위축이나 국내 생산 수출 영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한은의 기대와 달리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소비자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최근 심각한 물가 불안이 국내 경기 둔화와 맞물려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에너지·곡물 가격 상승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유럽과 아시아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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