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장기화땐 반도체 생산까지 타격…삼성·LG, 비상운영체제로 전환

[러시아, 우크라 전면 침공]산업계 초비상

삼성·LG 등 주재원들 이미 철수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예의주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개시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현지 진출 기업은 물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전방위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또한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를 검토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도 제재에 동참할 의지를 밝혀 대(對)러시아 교역도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이 전해지자 우리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 수위에 촉각을 세우며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우크라이나 현지에 법인이나 공장을 둔 기업들은 이달 중순에 이미 한국인 주재원들을 철수시켰다. 이들 기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됨에 따라 현지 법인을 비상 운영 체제로 전환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경영에 미칠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이날 “무력 사용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미국이 주도하는 대러 제재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재가 현실화되면 한·러 교역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지난해 기준 우리 수출의 약 1.6%, 수입의 2.8% 비중을 차지하는 10위 교역 대상국이다. 주된 수출품은 자동차·부품(40.6%), 철 구조물(4.9%), 합성수지(4.8%) 등이다. 주요 수입 품목은 나프타(25.3%), 원유(24.6%), 유연탄(12.7%), 천연가스(9.9%)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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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수입하는 품목의 70%가 에너지에 해당하는 상황은 산업계를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원유와 천연가스·유연탄 등 러시아가 생산하는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올라 제조업 채산성을 끌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도 불안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희귀 가스를 수입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크립톤은 지난해 전체 수입 물량의 48.2%가 우크라이나(30.7%)와 러시아(17.5%)에서 수입됐고, 노광 공정에 쓰이는 네온 중 28.3%가 우크라이나(23.0%)와 러시아(5.3%)에서 들어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희귀 가스 재고가 충분하고 공급선을 다변화해 라인 가동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사태가 길어지면 공급 부족에 따라 비용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고강도 제재가 발동되면 현지 공장에서 필요한 부품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게 되고 결국 공장 가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한 해 10만 대에 이르는 완성차 수출도 제재로 발이 묶일 수 있다.

이수민 기자·김기혁 기자·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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