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횡령범에게 ‘사기꾼’이라 지칭…대법 “명예훼손 아냐”

사기 전과는 없는데 ‘사기꾼’이라 불러

1·2심선 유죄…“사기는 안 쳤다” 판단

대법 “발언 취지 고려하면 그게 그거”

대법원 전경. 서울경제DB대법원 전경. 서울경제DB




사기죄가 아닌 횡령죄 처벌 전력이 있는 이를 ‘사기꾼’이라 지칭한 사람에게 내려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유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2명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씩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종친회 간부인 이들은 2017년 11월 종친들이 모인 자리에서 지역 종친회장 B씨를 가리켜 “남의 재산을 탈취한 사기꾼이다. 사기꾼은 내려오라”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이 ‘사기꾼’이라는 말을 한 시점은 B씨가 회장으로 선출돼 종친들에게 인사말을 하려는 도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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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과 2심은 혐의를 부인하는 두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 100만원씩을 부과했다. 피해자 B씨가 횡령과 사문서위조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한 차례 있기는 하지만, 사기죄로 처벌된 적은 없으니 허위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 등의 ‘사기꾼’ 발언이 나온 맥락을 따진 뒤 무죄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런 전과가 이미 종친회 구성원 다수에 알려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 발언의 주된 취지는 피해자가 타인의 재산을 탈취한 전력이 있다는 것으로, 횡령죄의 전과가 있는 이상 주요 부분에서 객관적 사실과 합치한다”며 “피고인들이 ‘사기꾼’이라는 표현도 사용했으나 이는 회장 출마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한 것이거나 다소 과장된 감정적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B씨에게 적용된 죄명은 ‘사기’가 아닌 ‘횡령’이지만,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탈취’나 ‘사기꾼’이라는 말로 해당 범죄를 평가할 수도 있는 일이니 단순히 허위사실로 봐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아울러 대법원은 “구성원들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천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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