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차량용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을 전담하는 조직을 강화하며 대비에 나섰다. 전자·인포테인먼트 등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한데 모아 ‘SDV(소프트웨어로 기능이 제어되는 차량)’ 개발 체계 구축에 속도를 높인다는 의지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연구개발본부 산하에 ‘차량 소프트웨어(SW) 담당’ 조직을 꾸렸다. 기존에 연구개발본부 직속 조직이었던 전자개발센터와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 등이 차량SW 담당 조직 내로 편입됐다.
차량SW담당의 수장은 소프트웨어 분야의 글로벌 전문가로 꼽히는 송창현 사장이 맡는다. 네이버 출신인 송 사장은 지난해 4월 현대차에 합류한 이후 그룹 내 모빌리티 서비스를 총괄하는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본부를 이끌고 있다. 송 사장의 겸직으로 서비스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인 TaaS본부와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 간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조직 강화에 나선 것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핵심 경쟁력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모하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신설 조직을 통해 현대차의 블루링크, 기아 커넥트 등 커넥티드 서비스는 물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서비스를 위한 기술 개발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조직 변경은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차량 소프트웨어의 내재화를 앞당기고 SDV 개발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기술 확보는 올해 현대차그룹의 중점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자율주행·로보틱스와 더불어 소프트웨어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그룹이 추구하는 미래 최첨단 상품의 경쟁력은 소프트웨어 원천 기술 확보에 달려있다”며 “개방형 플랫폼을 지속 확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교류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아마존과 함께 커넥티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진행한 소프트웨어 데이에서는 2025년까지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전환에 30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하고 “OTA 기반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전 세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연 GM 인베스트 데이에서 “차량의 카메라, 센서를 소프트웨어로 통합하면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다”며 소프트웨어 기술을 향한 기대감을 드러낸 메리 배라 GM 회장도 CES를 통해 소프트웨어 지원 서비스에 대한 투자 의지를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