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무사고가 1순위" 공사·수주 미뤄…"안전 노력땐 면책" 호소도 [중대재해법 시행 한 달]

■ 살얼음판 건설업·中企 혼란 여전

비용·공기 증가로 업황 악화 우려

건설업계 올 수주목표 달성 비상

주택공급 지연 등 피해 불보듯

사고 100% 예방 사실상 불가능

중기 대부분 컨설팅조차 못받아

면책조항 신설 등 개정 목소리





“전국의 그 많은 공사 인력의 안전을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안전 관리 비용이 증가하고 공사 기간도 늘어나게 되면 올해 수주 실적 목표를 못 채울 수도 있습니다.” (대형 A 건설사 관계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 1개월을 맞은 가운데 이 법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건설 업계와 중소기업들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전국의 수많은 현장 가운데 단 한 곳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회사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HJ중공업 관계자는 “회사에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현장에 전달하고 있지만 사고 발생 가능성이 0%가 될 수는 없어 현장에서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 기업들이 법 시행에 맞춰 현장에 안전 관리 인력을 대거 파견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달 27일 법 시행 이후 이날까지 전국에서는 총 9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건설사에서 발생한 사고는 판교제2테크노밸리 추락 사고(요진건설), 세종~포천 고속도로 건설 현장 추락 사고(현대건설) 등 2건이었고 삼표산업·두성산업 등 중소기업 관련 사고가 5건에 달했다.



건설사들은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업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당장 안전 관리 관련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사 기간도 늘어나게 돼 올해 실적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건설사들이 기존에 수주한 현장의 경우 중대재해법 대비를 위해 늘어난 안전 관련 비용 등이 반영되지 않아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업계에서는 지적한다. B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예전 기준으로 계약이 맺어져 있는 상황에서 늘어난 비용을 건설사 홀로 책임지는 형국”이라며 “발주처에서도 설계·입찰 과정에서 늘어난 안전 비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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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업계는 당장 수주 활동을 미루더라도 일단 처벌은 최대한 피하고 보자는 입장이다. 대형 C 건설사 관계자는 “일단 올 1분기까지는 수주 활동 및 건설 속도를 높이는 것보다 해당 법이 적용되는 사례와 안전 관리 인력 활용 등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시간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도 “지금은 무사고가 1순위”라면서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곳곳에서 사고가 발생하다 보니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경각심이 커진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10인 이상 총 1112개 기업(응답 기업 기준)을 대상으로 ‘2022년 기업 규제 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도 이 같은 건설 업계의 우려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올해 가장 부정적 전망 업종이 건설(73.4)로 나타난 것이다. 올해 기업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규제인 중대재해법으로 인해 기업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업종 역시 건설(3.90)이 꼽혔다.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안전 관리 비용 증가, 공사 기한 연장 등으로 인한 비용 상승은 결국 소비자가 떠안아야 한다”며 “재개발·재건축 조합 등 민간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증가하고 수요자들이 기다리는 공급만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인력과 예산이 충분한 대기업은 자체 법무실이나 대형 로펌 컨설팅을 통해 안전 관련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안전 관리 투자나 인력 충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많은 중소기업이 이미 법 시행 한 달이 됐는데도 “막막하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 3500여 곳을 대상으로 중대재해법 컨설팅을 하고 있지만 그나마 컨설팅을 받을 여력이 있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면서 “컨설팅을 받고 안전 조치를 마련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한 기업에 대해서는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처벌을 면제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이호석 탱크조합 이사장도 “회사에서 안전 장비를 갖추고 교육을 실시하더라도 현장 근로자가 잘 활용하지 않을 경우 사고가 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면책특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수연 기자·이덕연 기자·노해철 기자·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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