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소재지를 서울에 두려 했던 포스코가 정치권 반대에 부딪혀 애초 계획을 번복해 포항 이전을 결정했다. 지역 주민과 정치권, 여야 대선 주자까지 거세게 반발하자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25일 포스코는 지주회사(포스코홀딩스) 소재지를 이사회 및 주주 설득과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2023년 3월까지 포항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미래기술연구원은 포항에 본원을 설치해 포항 중심의 운영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지역 상생 협력 및 투자 사업의 경우 포항시·포스코·포스코홀딩스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상호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지역 주민과의 추가적인 갈등 확산을 막고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공식 입장을 통해 “지난달 28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포스코 지주회사 설립이 의결된 후 포항 지역사회에서는 포스코가 포항을 떠날 것이라는 오해가 지속돼 왔다”며 “포스코는 지역사회와 적극 소통했지만 갈등은 점차 깊어져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전격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포스코가 지난해 12월 지주사 체제 전환을 밝힌 후 불과 3개월 만에 나왔다. 당시 포스코는 포스코홀딩스 소재지를 서울로 두고 미래기술연구원 역시 수도권에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철강 회사 이미지에서 벗어나 신성장 사업을 통한 미래 먹거리 창출과 원활한 연구개발(R&D) 인력 수급을 위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지역 여론과 정치권 반발을 끝내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달 말 포스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세수 감소와 인력 유출 등을 우려한 포항 시민들의 반발이 본격화했다. 당시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스코홀딩스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설치, 지역 협력 대책 입장 표명 등을 요구했다. 포스코는 포스코홀딩스 소재지를 서울로 두더라도 철강 사업을 하는 포스코는 포항에 남아 지역 세수가 줄지 않고 인력 유출 우려도 없다고 설득했다.
포스코의 설명에도 지역사회의 위기감은 줄지 않았다. 포항 정치권은 포스코 지주사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반대 서명 39만 명분을 받아 내며 압박했다. 여야 대선 후보들도 앞다퉈 포스코 지주사 서울 설치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정치권 압박이 거세지며 결국 포스코는 지주사 소재지를 서울에 두겠다고 밝힌 뒤 3개월 만에 당초 계획을 백지화했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도 포항시와 지속 협의해 지역사회와의 미래 발전을 위해 적극 상생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