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22와 함께 열리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이사회에서는 넷플릭스가 촉발한 ‘망 사용료’ 관련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국은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소송전을 벌이며 망 사용료 논쟁의 중심지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구현모 KT(030200) 대표가 GSMA 이사진인 만큼 글로벌 통신계에 국내 현황을 전하고 망 사용료 관련 논의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번 GSMA 이사회를 통해 글로벌 통신사 간 ‘공동선언’이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구 대표는 28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2022 현장에서 GSMA 이사회에 참석한다. GSMA는 안건 중 하나로 망 사용료 관련 사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넷플릭스 또한 MWC 2022에 주요 인력을 파견하고 자사 입장을 대변할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를 바라보는 글로벌 통신계의 시선은 차갑다.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과 타 국가 간 트래픽 불균형이다. 넷플릭스 등 대량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빅테크가 미국에 근간을 둬 유럽·한국 등 타국 통신사와 미국 통신사 간 인터넷 사용량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GSMA 회원사인 도이치텔레콤(독일)·오렌지(프랑스)·텔레포니카(스페인)·보다폰(영국) 등 유럽 4대 통신 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스트리밍·게임·소셜미디어 회사들이 인터넷 인프라에 편승하고 있는 만큼 통신망 개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 또한 최근 로슬린 레이튼 덴마크 아알보그대 교수의 ‘2300만 한국인이 500만 넷플릭스 회원을 위해 인터넷 비용을 더 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레이튼 교수는 “망 중립성이 무료 트래픽 전송을 의미한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은 억측”이라며 “인터넷 사업자가 트래픽을 무료로 전송해야 한다면 많은 최종 이용자가 시청하지도 않는 콘텐츠에 더 높은 요금을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높고, 가장 큰 콘텐츠 제공사의 통신망 비용을 최종 이용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견해는 옹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GSMA는 유럽 중심 단체인 만큼 미국 빅테크들이 만들어내는 트래픽에 민감하다”며 “구 대표 주도로 넷플릭스에 저항하는 통신계의 공동성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