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국가 ‘숙원’ 과제인 유럽연합(EU) 가입 절차를 공식적으로 밟기 시작했다. EU에 가입하면 우크라이나가 유럽의 동맹 일원으로 국가 안보를 보장받게 된다. 그러나 EU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를 얻어야 하는 데다 러시아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실제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2월 2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EU 가입 신청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EU 측에 “특별 절차를 통해 신속히 (가입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전날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우크라이나는 EU의 일부”라며 회원 가입을 공개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폴란드 등 중·동부 유럽 8개 회원국들도 이날 우크라이나에 즉시 회원국 지위를 부여할 것을 촉구하는 등 유럽 내 분위기는 우호적이다. EU의 한 고위 관리는 이달 중 예정된 비공식 EU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가입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침공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의 ‘EU 편입’이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지만 외신들은 실제 성사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식 신청→가입 후보국 지위 획득→정식 가입 협상 진행→승인’ 등 여러 단계를 거치는 데 통상 수년이 걸린다. 지난 2013년 EU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크로아티아가 가입 신청 이후 회원국이 되기까지는 10년가량이 걸렸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회원국 확대에 대해서는 EU 내 이견이 존재한다”고 밝혔듯이 회원국의 만장일치 승인을 얻어내는 과정도 지난하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이유로 이른바 ‘패스트 트랙’으로 처리될 경우 터키와 몬테네그로 등 가입 후보국 지위로 십수 년째 가입 협상을 진행 중인 나라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의 ‘서구화’를 극렬히 반대해온 러시아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AP통신은 “(우크라이나의) 가입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만으로 러시아에 큰 위협일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