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업에 CJ대한통운 주춤하자…'택배업 진출' 속도내는 쿠팡

■'쇼핑·물류 왕국' 꿈 이룰까

로지스틱스 '물류통' 새대표 선임

작년엔 물류센터 1.5조 공격 베팅

창고·운송수단 관리 직원도 충원

택배업으로 영토확장 만반의 준비

만년적자서 흑자전환 지렛대 노려


택배 업계 1위 CJ대한통운(000120)이 두 달 넘게 계속되는 택배노조 파업으로 시름을 앓고 있는 사이 ‘로켓배송’ 대표 주자 쿠팡이 택배업 진출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를 통해 배송 기사를 채용하고 여러 택배 대리점과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에는 경영진까지 새롭게 구성했다. 쿠팡이 롤모델로 삼는 미국 아마존이 ‘제3자 물류(3PL)’로 수익 창출에 성공한 것처럼 수년째 ‘계획된’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쿠팡이 택배업 진출과 흑자 전환이라는 퍼포먼스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을지에 업계와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배송 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지난 2014년부터 쿠팡로지스틱스 디렉터로서 쿠팡의 물류 관련 업무를 이끌어 온 이선승 이사를 지난달 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또 LS전선과 두산 환경·안전·보건(EHS)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유승언 이사를 영입해 최고안전책임자(CSO)에 임명했다. 유 이사 영입은 앞으로 확대될 3PL 사업 규모와 최근 강화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하기 하기 위함으로도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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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택배업 진출 시나리오는 지난해 1월 국토교통부로부터 화물차 운송사업자 자격 취득을 하면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로켓배송 물량이 확 늘면서 그간 이를 처리하는 데 집중하기는 했지만 지난해에만 벌써 1조 5000억 원 이상 투자한 전국 단위의 물류센터를 바탕으로 이른 시일 내 택배업에 본격 진출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압도적 관측이다.

물류센터 확대 외에도 택배업 진출을 위한 쿠팡의 움직임은 그동안 예사롭지 않았다. 3PL과 관련한 창고 관리와 운송 수단 구매 등을 담당할 부장급 직원을 모집했고 대대적인 판촉 활동을 통해 배송 기사를 대거 채용했다. 또 전국적으로 수십 곳의 택배 대리점과도 계약을 맺었다. 3PL에 필요한 차량도 정부의 친환경 정책 기조에 맞춰 확보했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지난해 말 CJ대한통운·현대글로비스 등과 함께 ‘친환경 수소화물차(11톤)’ 시범 운영에 나섰으며 친환경 차량 비중을 더 크게 늘릴 계획이다.

쿠팡 물류센터 관련 이미지/사진 제공=쿠팡쿠팡 물류센터 관련 이미지/사진 제공=쿠팡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 판매자 대상 풀필먼트 서비스인 ‘제트배송’을 늘리고 있는 점도 쿠팡의 택배업 진출에 힘을 실어 준다. 제트배송은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를 마켓플레이스 입점 판매자들에게도 제공하는 일종의 ‘3PL’ 물류 서비스다. 제트배송을 통해 쌓은 3PL 노하우를 마켓플레이스 바깥 영역에 적용하기만 하면 일반 택배업이 되는 셈이다. 쿠팡은 최근 제트배송 전담팀인 ROD(Rocket on Demand) 조직 규모를 키우고 어카운트매니저(AM)와 프로그램매니저(PM) 등을 대거 채용했다.

쿠팡의 택배업 진출은 오래전부터 쿠팡이 벤치마킹해 온 미국의 e커머스 기업 아마존이 거쳐 온 사업 경로와 닮아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데이터 분석 업체 마켓플레이스 펄스에 따르면 2020년 아마존 전체 거래액은 4900억 달러(약 580조 원)였으며 이 중 3PL 자회사 ‘FBA(Fulfillment By Amazon)’의 거래액이 3000억 달러(약 355조 원)에 달했다. 3PL이 아마존의 핵심 사업이 된 셈이다. 이런 점에서 쿠팡 역시 택배업 진출을 수년째 계속되는 적자 기조에 변화를 꾀할 계기로 삼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한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거래액(결제 추정 금액)은 1위 네이버(36조 원)에 이어 34조 원으로 2위다. 하지만 늘어난 거래액만큼 적자 규모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어 가뜩이나 주가 하락으로 심기가 불편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쿠팡은 2일(미국 현지 시간)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한다. 쿠팡은 이미 3분기까지 누적 적자 약 1조 2800억 원을 기록했으며 추세로 볼 때 쿠팡의 지난해 연간 적자는 1조 50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아마존 FBA처럼 쿠팡 제트배송의 잠재력이 매우 뛰어나다”며 “3PL 확대는 궁극적으로 쿠팡의 국내 e커머스 점유율을 확대할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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