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AI로 지은 가상 세계에 '살아 숨쉬는' 이야기를 담다

■이안 쳉, 3부작 영상 亞 첫 전시

AI·게임툴 이용 인간의식 탐구

"칼 융에 영감…그의 사상 반영"

이안 쳉 '사절' 에피소드1 ‘신들의 품 안에 거하다’(2015)이안 쳉 '사절' 에피소드1 ‘신들의 품 안에 거하다’(2015)




#주술사를 통해 조상의 목소리를 듣고, 그 소리가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고대 인류가 있다. 어느 날, 주술사의 어린 딸이 머리를 다쳐 조상의 지시를 더는 듣지 못하게 된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게 되고, ‘의식’을 가진 첫 번째 인간이 된다. 미국 작가 이안 쳉(사진)의 대표작 ‘사절(Emissaries)’ 3부작의 세계관은 그렇게 시작된다.



독특한 방식으로 인간 의식의 본질을 탐구해 온 이안 쳉이 한국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을 연다. 리움 미술관이 올해 첫 전시로 2일 개막하는 ‘이안 쳉: 세계건설’을 통해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작인 사절 3부작(2015~2017)이 소개된다. 인간이 의식을 갖게 되면서 진화하는 과정에 대한 상상을 담은 영상이다. 1편에서는 주술사의 딸이, 2편에서는 인간이 사라진 세상에 남은 시바견이, 3편에서는 몸을 가진 삶을 경험하기 위해 생명체를 점유하는 슈퍼 AI가 등장해 마치 게임 캐릭터처럼 저마다의 미션을 수행해 나간다. 작품 제목의 ‘사절’은 가상 세계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존재다. 이들이 임무를 완수하거나 실패하면 게임이 끝나고 새로 시작되는데 그 내용이 매번 다른 양상으로 펼쳐진다. 작가가 이 3부작을 “영원히 반복해서 스스로 플레이 되는 비디오게임”이라고 칭하는 이유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의식의 자각과 이후 펼쳐지는 미션은 곧 인류가 매일 매일이 쌓아온, 그리고 앞으로 쌓아갈 ‘세계 건설의 역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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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쳉 ‘BOB 이후의 삶 찰리스 연구’(2021)이안 쳉 ‘BOB 이후의 삶 찰리스 연구’(2021)


이 밖에도 관람객이 어플리케이션으로 작품 속 캐릭터의 성격 형성에 참여하는 ‘BOB(Bag of Beliefs)’(2018~2019), BOB를 바탕으로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하는 미래에 대한 상상을 담은 애니메이션 작품 ‘BOB 이후의 삶: 찰리스 연구’(2021)도 전시된다.

한국에서의 ‘세계 건설’ 전시로 첫 아시아 개인전을 여는 이안 쳉/사진제공=삼성문화재단한국에서의 ‘세계 건설’ 전시로 첫 아시아 개인전을 여는 이안 쳉/사진제공=삼성문화재단


‘AI 가상 생태계’라는 이안 쳉의 독특한 작업 방식은 탐구 주제인 ‘인간 의식’에 좀 더 깊숙하게 다가서기 위한 수단이다. 그는 지난달 25일 기자들과 만나 “인간의 의식이 너무 복잡한 구조여서 AI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생명체를 쓰지 않고도 살아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살아있는 것이 선사하는 예측 불가능함과 복잡성이 흥미로웠다”고도 했다. 이안 쳉의 창작 활동은 ‘한 인간에게 여러 하부 인격이 있다’고 주장한 정신 분석학자 칼 융으로부터도 큰 영감을 받았다. 이날 칼 융의 사상을 이야기하던 그는 “방탄소년단의 앨범 ‘맵 오브 더 소울: 페르소나’가 칼 융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안다”며 “칼 융의 사상이 인간으로서 성숙해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젊은 층에 파급력 있는 BTS가 이를 사용한 것이 고무적”이라고도 말했다. 이안 쳉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UC버클리)에서 인지과학과 미술을 전공했으며 컬럼비아대에서 비주얼아트 석사 과정을 마치고 뉴욕을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7월3일까지.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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