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간절기





- 박완호


환절기를 보내고 나면 또 다른 환절기가 찾아왔다. 사랑 뒤에 사랑이, 이별 뒤에 이별이, 환절기에서 환절기로 가는 어디쯤에서 삶은 마지막 꽃잎을 떨구려는 건지. 죽음 너머 또 다른 죽음이 기다린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 죽음은 늘 다른 누군가의 것이어서, 나는 내내 아파하기만 했을 뿐. 환절기와 환절기 사이, 좁고 어두운 바닥에 뿌리를 감추고 찰나에 지나지 않을 한번뿐인 생을 영원처럼 누리려는 참이었다. 또 하나의 환절기가 지척에 다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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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는 자연의 양위(讓位)다. 봄의 군주가 틔운 싹을 여름의 무성함에게 내어주면 여름이 태양의 땀을 푸른 열매에 담아 가을에게 전하고, 가을은 열매에 붉은빛과 단맛을 더해 겨울에게 내어준다. 겨울이 주린 새들에게 간절함을 가르쳐서 봄 무대로 내보내면 봄은 꽃을 피워 ‘싱 어게인’을 펼친다. 봄은 죽지만 여름 속에 있고, 여름은 죽지만 가을 속에 있고, 가을은 죽지만 겨울 속에 있다. 계절의 간절기에 더해 사람 세상의 환절기가 펼쳐지고 있다. 애써 가꿔온 민주주의의 싹이 냉해를 입지 않도록 현명한 선택을 하여야 할 것이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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