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자산 가격 하락 등으로 퇴직연금 펀드들의 성과도 급락했다. 대표적인 연금 전용 펀드인 타깃데이트펀드(TDF) 역시 지난 2월 중순 기준으로 6개월 수익률 -2.28%, 3개월 -3.58% 등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견조한 성과를 보였지만 최근 국내외로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한 금리 인상 때문에 주식·채권 등의 가격이 크게 떨어져 수익률이 악화됐다. 아무리 전 세계 자산으로 고르게 분산투자한다고 해도 투자하는 자산의 가격이 떨어지면 펀드 수익률 역시 하락할 수밖에 없다. 다만 펀드의 운용 전략 등에 따라서 그 하락 폭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미국 월가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인 피터 린치는 자신의 저서 ‘이기는 투자(Beating the Street)’에서 “수익을 당연하게 여기는 생각은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 확실하게 치유된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몇 해 동안 주가 상승에 힘입어 당연하게 여겨졌던 수익이 손실로 급변하면서 많은 연금 가입자들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퇴직연금은 준강제적인 연금제도로서 자산 운용에 몇 가지 제약과 특징이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스스로 언제든지 매수하고 환매하는 일반적인 투자와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첫째, 일반적으로 장기 투자하도록 강제화돼 있다. 퇴직연금제도는 55세 이후 연금 혹은 목돈으로 찾을 수 있다.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이나 전세금 또는 보증금 부담, 6개월 이상 요양, 파산선고 회생절차 등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중도 인출이 가로막혀 있다. 퇴직연금은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한 자금이므로 가급적 중도 인출하지 않는 것이 좋다. 퇴직을 눈앞에 둔 시니어 가입자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5~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둘째, 일반적으로 한꺼번에 목돈으로 투자하기보다는 매월 혹은 매년 정기적으로 투자한다. 물론 퇴직해서 퇴직금을 받는 퇴직 개인형퇴직연금(IRP)의 경우는 예외로 목돈으로 불입한다. 반면 확정기여형(DC)의 경우 회사 정책에 따라 매월 혹은 매년 정기적으로 근로자의 계좌에 납입하도록 돼 있다. 적립식 IRP는 개인연금 등과 합쳐서 매년 총 1800만 원 한도에서 근로자가 알아서 납입한다. 이렇듯 퇴직연금제도는 기본적으로 장기 적립식 투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장기 적립식 투자자에게 1년 내외의 단기적인 자산 가격 변동은 생각했던 것보다 의미가 크지 않다. 수익률이 하락했다고 펀드를 환매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운용해야 하므로 다시 어딘가에 투자해야 한다. ‘재투자 리스크’에 노출되는 셈이다. 시장 상황에 따른 갈아타기가 항상 성공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가입한 펀드의 수익률이 하락했다면 더 싼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연금 투자의 장기 적립식 투자 특성을 이해한다면 단기적인 시장 상황에 흔들릴 이유가 없다. 오히려 역발상 투자 기회로 활용한다면 성공적인 연금 자산 운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