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무장관의 유엔(UN) 회의 연설이 시작되자 세계 각국 외교관들이 회의장을 빠져나가며 ‘퇴장 시위’를 벌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 표시다.
지난 1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모습이 영상으로 등장하자 현장이 어수선해졌다. 각국 외교관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초 그는 회의에 직접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일부 유럽국이 하늘길을 막자 참석을 취소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그들이 터무니없는 제재를 했다”며 대신 사전 녹화 영상을 통해 발언했다.
시위에 동참한 제롬 보나퐁 주제네바 프랑스 대사는 “모든 침공은 인권 침해”라며 “인권이사회가 이번 시위를 통해 우크라이나 및 그 국민과 연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권이사회는 우크라이나 요청에 따라 러시아 침공에 대한 긴급회의를 오는 3일 열 예정이다.
이날 퇴장 시위를 주도한 사람은 예브헤니이아 필리펜코 주제네바 우크라이나 대사였다. 그는 회의장 밖에서 대형 국기를 든 채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놀라운 지지를 보여준 여러분께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보다 약 1시간 전 유엔 군축 회의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라브로프 장관이 화상 연설을 시작하자 외교관들이 줄지어 회의장을 벗어났고 이어 우크라이나 국기 앞에 모여 손뼉을 친 것이다. 이날 군축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침묵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한편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갖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런 진짜 위험에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리에 앉아 그의 연설을 들은 외교관은 예멘, 베네수엘라, 시리아, 튀니지 등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은 인원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