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초박빙 이어지자 'DJP식' 결단…"국민통합정부 만들겠다"

■尹·安 전격 단일화…역대 네번째

安, 정권교체 실패 위기감에 결국 후보직 사퇴

'공정과 상식·과기중심 국가' 슬로건도 하나로

"미래·개혁·실용·방역·통합 키워드로 국정 운영"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며 악수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며 악수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일 새벽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관계자들은 숨을 죽였다. 결렬 수준이라고 봤던 야권 단일화의 불씨가 살아나며 역사상 네 번째 대선 후보 단일화가 성공하자 20대 대선의 ‘게임체인저’ 등장이라며 안도감을 나타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 여론이 50%를 넘어섰음에도 제1 야당 후보의 지지율은 40%대에 턱걸이하고 있는 한계가 일거에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증폭됐다. 그럼에도 ‘초박빙’ 선거라는 긴장감에 양당 관계자들은 후보들이 정식 발표할 때까지 말을 아꼈다.



“저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저 윤석열은 안철수 후보의 뜻을 받아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두 후보는 밤을 새우면서 작성한 기자회견문을 들고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를 선언했다. 여론조사를 고집하며 여러 차례 ‘결렬’이라고 밝혔던 안철수 후보의 전격적인 후보직 사퇴는 정권 교체에 실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춤한 지지율도 안 후보의 부담을 키웠다. 지지율이 10% 벽을 넘지 못하면서 완주를 해도 선거 비용을 고스란히 날리고 다음 정치 행보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주변의 조언도 단일화 합의의 배경으로 꼽힌다.



두 후보는 “저희 두 사람은 원 팀”이라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며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루고 상호 보완적으로 유능하고 준비된 행정부를 통해 반드시 성공한 정권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바로잡겠다”며 “공정과 상식, 과학기술 중심 국가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겠다”며 양측의 슬로건도 단일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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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과제는 성공한 단일화로 남는 것이다. 16대 대선에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당시 정 후보보다 여론조사에서 뒤처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승부수가 통한 단일화 합의였지만 선거 마지막 날 밤 단일화가 결렬되는 대이변이 연출됐다. 18대 대선에서도 안철수 당시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과 단일화를 했지만 합의로 도출된 것이 아닌 안 후보의 사퇴로 일단락된 미완의 작품이었다. 대선에서 성공한 단일화는 15대 대선의 ‘김대중·김종필’ 즉 DJP연합이 유일하다. 대선 역사상 첫 번째 단일화이자 최초의 정권 교체를 성공한, 말 그대로 단일화 성공 신화로 기록돼 있다.

윤·안 단일화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DJP연합과 유사한 ‘국민통합정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국민통합정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승자 독식, 증오와 배제, 분열의 정치를 넘는 첫걸음”이라며 “지난 4년 반 동안 내로남불, 거짓과 위선, 불공정 등 비정상으로 점철된 모든 국정 운영을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원회부터 호흡을 맞춰 공동정부도 꾸릴 방침이다. 두 후보는 “인수위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며 역사와 국민의 뜻에 부응할 것”이라며 “함께 정권을 인수하고, 함께 정권을 준비하고, 함께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선거 후 즉시 합당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정부의 키워드로는 ‘미래·개혁·실용·방역·통합’을 제시했다. 두 후보는 “이념 과잉과 진영 논리를 극복하고 특정 집단에 경도된 정책을 과감히 걷어내겠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가장 필요한 실용 정책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기 없는 개혁’ 의지도 피력했다. “시대가 요구하고 국민이 필요로 하는 개혁을 반드시 해낼 것”이라며 “정권에 부담이 되더라도 국민과 국가의 미래와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개혁 과제들을 책임 있게 추진해나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안 후보가 그간 강조해온 연금 개혁을 염두에 둔 내용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 뒤 취재진을 만나 차기 정부에서 역할을 맡아 성과를 입증하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국회의원으로서 여러 가지 입법 활동을 했지만 직접 성과로 보여주는 행정적 업무는 하지 못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나라를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 간에 다음 정치 행보에 대한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입각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는 정당 개혁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인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면서도 “우선 국민의힘을 보다 실용적이고 중도적인 정당으로 만드는 일에 공헌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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